아직 예전만큼 분위기가 나지 않지만 아시아인 최대 스포츠 축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보름 뒤인 다음달 12일 개막합니다. 중국에서 사상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42개 종목 476개 금메달을 놓고 45개국 약 1만5000명의 선수단이 중국 광저우에 몰려 열띤 경쟁과 화합의 장을 펼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크리켓을 제외한 41개 종목 1013명의 선수단이 파견돼 지난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사상 첫 4회 연속 종합 2위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올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남아공월드컵이 연달아 열렸던 가운데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며 대회가 열리는 2주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안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여름에 열려야 되는데 이제 아시안게임을 하느냐는 반응도 있고, 언제 열리는지 몰랐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분명히 상당히 가치 있는 메가톤급 스포츠 이벤트이면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주목해야 하는 것일까요?

▲ 광저우아시안게임 개.폐막식장 ⓒ연합뉴스
먼저 올림픽보다 정말 다양한 종목들이 선보이는 것이 아시안게임을 흥미롭게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올림픽 정식 종목인 28개 종목 외에 14개가 더해져 모두 42개 종목이 열려 역대 최다 종목이 치러집니다. 물론 너무 많은 종목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차기 대회인 2014년 인천 대회부터는 35개 종목으로 그 규모가 줄어들지만 어쨌든 우리가 몰랐던 종목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시안게임에 오르는 것이 조금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바둑을 비롯해 드래곤 보트, 당구, 롤러 스포츠, 우슈, 가라데, 스쿼시, 세팍타크로, 카바디 등이 이번 대회에 선을 보이는데요. 올림픽에서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관심을 환기시켜 저변을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아시안게임만이 선사하는 매력이자 또 다른 희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올림픽 종목 선수들의 경우, 2년 뒤(정확히는 1년 9개월) 열리는 2012 런던 올림픽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이 여러 가지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종합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과 기초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일본과 제대로 한 번 경쟁을 펼치면서 신예들에게는 신선하고 소중한 경험을, 베테랑들에게는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통해 런던올림픽에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회가 바로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입니다.

몇몇 종목들에서 올림픽보다 더 짜릿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는 면도 눈길을 끕니다. 사실 한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대다수의 종목에는 아시아 국가 국적의 라이벌 선수 또는 팀이 있어 왔는데요. 대표적으로 유도, 야구에는 일본이, 하키에는 인도-파키스탄이, 탁구에는 중국이 라이벌로 등장해 한국과 경쟁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에 따라 올림픽보다 더 짜릿한 명승부들도 있어 왔는데요.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이들 종목 외에 많은 종목에서 올림픽에 버금가는 박진감 넘치는 승부들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돼 스포츠로 감동과 환희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꼭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선전 다짐하는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연합뉴스
좀 더 넓게 확장해서 보면 아시아 스포츠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대회가 바로 아시안게임입니다. 최근 아시아 스포츠는 유럽, 북중미 중심의 양강 구도를 깨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바로 이러한 메가톤급 대회가 튼실하게 성장해 왔기에 가능했습니다. 로컬적인 스포츠 이벤트임에도 가장 넓은 규모의 대륙답게 올림픽 수준의 대회를 치러내면서 매 대회마다 성장하고, 그에 따라 경기력이 향상되는 선수 또는 팀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로 아시안게임이 주는 혜택이자 아시아 스포츠 전체의 성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는 아시안게임의 성장을 이번 대회를 통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지만 올림픽 때문에 개막 직전까지도 다소 관심이 떨어지는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올림픽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메달이 나오면서 '메달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관심을 적게 두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대내외적인 가치를 놓고 보면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대회임이 분명하며, 오히려 올림픽 이상으로 가치 있게 바라보고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보름 뒤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이 한국에게는 새로운 희망을, 그리고 아시아에게는 최고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 앞으로 '김지한의 Sports Fever'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11월 26일)까지 아시안게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은 분들께 선보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기 중이기는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월드컵에 이어 또 하나의 메가톤급 스포츠 이벤트를 보다 많은 분들과 즐기고 공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아시안게임에 대해 많이 준비하고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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