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성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내고 ‘반편이’라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지난해 TV조선은 MBC·JTBC·채널A 등 다른 방송사를 걸고넘어지는 물귀신 작전을 벌였지만, TV조선은 법정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지난해 8월 22일 방송에서 70~80대 남성 7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2004년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은 “노인이 속은 것 같아. 걔는 임신이 안 되는 애다. 그랬는데 그거 임신이 덜컥 돼 버렸네”라는 남성 주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차 피해에 해당하는 발언이다.

▲8월 22일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쳐)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본인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속마음 셀카> 코너에서 “옛날 저희 시골 마을에서는 반편이라고 불렀던 그런 남성이나 여성이 마을마다 한둘쯤 있었다”며 “요즘은 쓰지 않는 말이다.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장애인을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자 TV조선은 방송 녹화분 중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지난해 11월 TV조선의 오윤정 차장은 의견진술에 나와 “(성범죄) 행동이 잘못했다는 사람도 있고 옹호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상식적으로 노인이 속은 것 같다는 인터뷰를 방송한다고 해서 시청자가 믿을 것 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 인터뷰를 넣어 언론이 2차 피해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지적에 오 차장은 “어떤 지점이 (2차 피해를 만들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시 TV조선은 같은 사건을 보도한 MBC·JTBC·채널A 등을 걸고넘어지기도 했다. 이들 방송사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는데 왜 TV조선만 심의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MBC·JTBC·채널A 보도를 심의한 후 TV조선의 제재수위를 정하기로 했다.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10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과 MBC ‘실화탐험대’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 결정을 내렸다. JTBC·채널A에는 문제없음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MBC 실화탐험대가 지역명과 마을 전경 등을 노출해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또 재연으로 성폭력 장면을 묘사해 ‘성폭력 범죄 보도준칙’을 어겼다고 강조했다. 윤정주 위원은 “MBC 실화탐험대가 바라본 시각도 좋고 내용도 시청자의 공감을 불러온다”면서 “하지만 화면 구성 등이 선정적이면 내용이 묻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성폭력 사건을 재연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과 권고가 많다”면서 “이 사건을 다루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견진술에 참여한 유해진 MBC PD는 “(TV조선과) 관계가 안 좋은 것 같다”는 심영섭 위원의 질문에 “우리도 놀랐다. 그런 맥락에서 문제가 제기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사건을 보도한 JTBC와 채널A에 대해선 문제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TV조선·MBC와 다르게 보도윤리를 잘 지켰다는 것이다.

TV조선에 대해선 법정제재 주의가 결정됐다. 윤정주 위원은 “TV조선은 반편이·성적 악귀라는 말을 썼다”면서 “(가해자 측)증언을 듣고도 비판 없이 넘어갔다”면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허미숙 부위원장·심영섭 위원 역시 주의에 동의했다.

전광삼 상임위원·박상수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다. 이 과정에서 전광삼 상임위원은 반편이라는 단어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반편이라는 단어는 국어대사전에 있는 말”이라면서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모자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뜻인데 비속어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단어를 가지고 제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