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성균관 스캔들에서 선준과 윤희는 해피엔딩이 될 듯합니다. 병판이 자신을 죽이려했다는 것을 알게 된 윤참군은 자신을 구해준 선준과 재신에게 십년 전 그날 밤의 일에 대해 실토합니다. 바로 자신을 사주한 것은 병판이며, 좌상대감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수습하려 했음을 말이죠. 결국 그렇게 선준은 재신과 윤희에게 죄인의 자식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윤희와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던 원수지간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성균관 스캔들은 남은 2회 동안 예고에서 보인, 재신을 대신해 홍벽서임을 자처하고 잡혀간 선준을 구하는 일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금등지사를 찾는 일이 숨 가쁘게 진행될 듯한데요. 과연 김승헌의 밀지가 가리키는 금등지사의 숨겨진 곳은 어디인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드러난 단서들을 통해서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종묘에 금등지사는 없다?!

윤희는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 의미하는 것은 성균관과는 관계가 없고, 역대 조선 선왕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인 종묘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시작을 왕의 시작으로 보고, 선대왕들의 위패가 있는 종묘가 바로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죠. 그렇게 윤희는 금등지사가 애초에 종묘의 신위 아래 숨겨져 있는 그대로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윤희는 금등지사가 종묘에 있음을 확신하고, 금등지사를 찾으러 종묘로 가는데요. 금등지사를 찾으려는 찰나, 선준이 들어와 윤희를 껴안으면서 끝나는 바람에 종묘에 금등지사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금등지사가 종묘에 있다고 생각이 되지 않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대동세상을 꿈꾸는 정조와 그 뜻을 함께 했던 김승헌이 나라의 시작을 왕의 시작이라는 뜻으로 남겼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정조가 화성천도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왕권강화이지만, 왕권강화를 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반대하는 노론을 견제하여 신분제 타파를 이루기 위해서 입니다.

정조는 상인이 자유롭게 장사를 하고, 농인이 자유롭게 쟁기를 들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정조와 그 뜻을 함께 했던 김승헌 역시 자신의 딸 윤희가 능력이 뛰어남에도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남녀 차별 없이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이처럼 백성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뜻을 품고 있던 그가, 나라는 왕이라고 생각했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죠.

또한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 성균관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희는 나라가 왕이라는 것에 집착하여, 성균관이 아닌 종묘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윤희가 발견한 김승헌의 밀지의 내용 속에는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라는 것 이외에 성균관을 가르키는 단서가 분명 있었습니다.

그 밀지 속의 단서는 "인재를 통해 나라를 완성하고, 백성을 고르게 한다"는 글이었는데요. 그 말은 성균관이 그 이름값에 걸맞은 이 나라의 국감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김승헌의 강의록에 있던 글로, 성균관 원전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밀지가 가리키는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 바로 성균관 어딘가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었습니다.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 반촌을 향하는 성균관 입구?!

그렇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결정적인 단서는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었습니다. 이 글이 뜻하는 장소가 성균관에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도대체 그 곳이 성균관의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인데요. 그런데 정조는 정약용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과인은 어쩐지 그 밀지가 성균관 박사 김승헌이 남긴 마지막 수업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
그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싶었는지 과인도 꽤 궁금하다. 정박사"

이 정조의 말은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 가리키는 장소를 푸는 데 도움이 되는 복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배움이 향하는 곳, 나라의 시작인 그곳"이라는 말은 성균관 박사였던 김승헌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사상적 의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정조와 그 뜻을 함께 했던 김승헌에게서 떠오르는 사상적 의미는 대동세상, 신분제 타파,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 백성을 위한 세상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배움이 향하는 곳"에서 배움이란 성균관에서의 배움을 뜻한다고 볼 때, 그것이 향하는 곳, 즉 김승헌은 "성균관 유생들이 성균관에서 배운 학문을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향해 이용해야 된다"고 가르치고 싶었던 것을 의미한다고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여기서 그런 의미를 금등지사가 숨겨져 있는 실질적인 장소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백성을 위해 배움을 가지는 성균관이 향하는 곳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성균관이 향하는 곳은 성균관 입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성균관 입구 중에는 바로 성균관 스캔들 1화의 첫 장면에 나왔듯이, 가장 높은 신분인 왕이 있는 궁궐이 아닌 가장 낮은 신분인 반인들이 사는 반촌으로 향해 있는 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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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라의 시작인 그곳"은 나라를 왕이 아닌 백성으로 대입해볼 때, 백성의 시작인 그곳, 여기서 신분의 개념을 함께 생각해 보면, 즉 백성의 시작은 신분이 높은 곳이 아니라 신분이 가장 낮은 노비 혹은 반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것 역시 반인들이 지내는 반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반촌 전체를 의미한다라기 보다는 앞서 단서들에서 성균관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면, 역시 성균관과 반촌이 맞닿아 있는 성균관 입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가 생각할 때는 금등지사가 숨겨진 곳은 성균관에서 반촌으로 향하는 입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게 김승헌이 남긴 마지막 수업은 성균관과 이어져있는 반촌을 통해서 "성균관에서의 배움은 미천한 이들이 미천해지지 않도록 그들을 위해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었을까요?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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