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빚

EBS 다큐 프라임 <경제대기획 ‘빚'(DEBT)> 편

빚으로 인한 개인의 고통, 그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10월 27일 서울 청계천에서는 쥬빌리은행의 10년 이상 된 연체채권 소각 행사가 이루어졌다. 3개월이 지난 부실 채권은 그 원금의 10%가 안 되는 가격으로 추심업체로 넘어가고, 그때부터 빚을 갚지 못하는 개인의 지옥 같은 고통이 시작된다. 바로 이런 채권, 그중에서도 10년 이상 된 죽은 빚을 탕감해주는 행사다. 하지만 빚의 탕감에는 도덕적 논의가 따른다.

유엔에서는 개도국 등에서 빚을 갚지 못해 노예와 같은 삶을 사는 일회용 사람들이 있다고 선포했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파산'이다. 1962년 법적으로 파산이 명문화되었지만 우리 사회에서 첫 번째 파산자가 등장한 건 IMF 때인 1997년에 이르러서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파산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법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도덕적 해이, 하지만 빚을 졌어도 아이를 교육시키고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 파산의 취지이다.

빚을 진 상태와 빚으로부터 자유로운 심리 사이에 인지적 능력조차 차이가 나는 부담, 다큐는 여기서 역설적으로 ‘빚은 그렇다면 채무자만의 책임인가’를 반문한다. 즉, 현재의 신용평가 제도가 공정한가에 대한 질문이다. 3년 전 처음 하는 사업이라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사업을 시작한 사장님. 다행히 사업은 궤도에 올랐지만, 카드연체가 없는데도 2년 8개월 동안 겨우 신용등급 한 등급만이 올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 지금까지 잘 갚았으니 다음에도 잘 갚을 것이라는 전통적 방식은 주부나 사회 초년생, 신생업체 등 정작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손길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BS 다큐 프라임 <경제대기획 ‘빚'(DEBT)> 편

그렇다면 대안은? 미국에서 13년 전 은퇴한 간판 디자이너 채스 페리씨는 아들과 함께 다시 한번 사업에 도전하고자 했지만 그 역시 ‘신생업체’라는 조건이 은행대출의 발목을 잡았다. 채스 페리 씨에게 희망을 제시한 건 대안 금융이었다. 기존 은행권이 카드사용 빈도수 등 구식 알고리즘에 근거하여 신용평가를 한 것과 달리, SNS를 통한 홍보 등 사업활동 내용을 '핀테크(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 및 산업의 변화)'에 근거하여 새롭게 평가받아 사업 자금을 대출받은 것이다.

이런 방식은 어떨까? 미국의 클라크슨 대학교에는 리사 프로그램이 있다. 졸업 후 직장을 찾는 시간으로 6개월 동안 학자금 상환을 유예한 후 취업 후 세금신고서를 제출하면 그때부터 10년간 갚는 방식이다. 그런데 취업한 학생들은 모두 소득의 6.2%를 갚는다. 즉, 많이 버는 학생은 많이, 적게 버는 학생은 적게. 학자금 상환이지만 그 자체가 졸업생 기부 활동이 되며, 빚에서 새로운 소득이 창출되어 장학금이 만들어지는 제도이다.

이를 우리의 채무 관계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금리가 높건 낮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지금의 방식에 채권자가 그 부담을 나누어져 금리에 따라 채무 비율이 달라진다면? 모두가 100%는 아니지만 조금 더 만족할 수 있는 방법에 다가가는 건 아닐까? 가계부채가 사회적 국가적 부담이 되고 있는 시대, 과연 그 부담은 온전한 것인가? 신용의 사각지대에 놓은 사람들을 2금융,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용평가 제도는 무엇일까? 다큐는 모두가 만족하는 빚의 가능성을 열어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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