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만큼의 국회 개혁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원외정당,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홍영표 원내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선거법 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국회에서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의원정수 확대와 관련해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고 했다"며 국회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일 중앙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응답자가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홍영표 원내대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아울러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얻기 위해 국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지역구)대100(비례대표)이라는 안을 제시했다"며 "지역구 조정이 어려운 것은 기득권 가진 현역의원이 내놓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국민이 동의하겠나"라고 되물었다. 홍 원내대표의 이러한 주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보정의석을 비례대표로 충당하기 때문에 적어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2대1은 돼야 한다는 게 학계와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지난 2015년 중앙선관위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각각 200석, 100석으로 제안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국회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 비율이 5.4대1에 달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을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거나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구를 줄이려면 지역구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의원정수 확대가 필연적이다.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은 현재 야3당과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구 축소는 불가능에 가깝다. 홍 원내대표가 모를 리 없다.

민주당의 속내는 다른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연동 '비율'을 거론하고 있다. 정당득표에 의해 정당의 모든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의도다. 실제로 민주당은 연동비율을 100%가 아닌 50%로 낮추는 안을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 연동이 아니어도 연동형은 연동형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홍 원내대표가 말한 "우리 실정에 맞는 연동형 비례제"의 실체로 판단된다.

이는 지난 2015년~2016년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안했던 방식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주장하다가, 논의 막판 이병석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회했다. 결국 이날 홍영표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야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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