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해를 넘겨 드라마 장시간 촬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방송사에서 (스케줄이 밀리면) 결방을 선택하지 않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18일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이 29시간 30분 연속 촬영을 감행한 의혹을 받는 SBS·SM라이프디자인그룹·주동민 SBS PD를 고발했다.

고발인단이 공개한 ‘황후의 품격’ 촬영일지에 따르면 하루 20시간이 넘는 촬영이 만연했다. 지난해 10월 10일의 경우 새벽 4시 30분부터 시작된 촬영은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29시간 30분 동안 연속 촬영이 이뤄졌다.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의 촬영시간은 117시간 20분이었다.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는 휴일 없이 10일 연속 촬영이 이뤄졌고 열흘간 촬영시간은 207시간에 달했다.

▲SBS 황후의 품격 (사진=SBS)

촬영일지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근로기준법 및 지상파방송 산별협약을 위반한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의 방송업종 1주 소정근로시간은 68시간이다. 또 지상파방송 산별협약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1일 노동시간은 최대 12시간이고, 불가피하게 촬영을 연장할 경우 15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SBS는 지난해 12월 17일 공식 자료를 통해 "10월 10일 촬영의 경우 여의도에서 오전 6시 20분 출발해 지방에서 다음 날 오전 5시 58분에 촬영이 종료됐다”면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충분한 휴식시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1인당 4만 원의 별도의 출장비도 지급되었으며 다음 날은 휴차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는 2일 ‘cpbc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휴식시간과 대기시간은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한솔 이사는 “촬영팀·제작진이 다 같이 움직이고 있을 때, 한 명이 일을 안 맡는다고 해서 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대기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친다면)모든 노동시간이 없다고 봐도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돌꽃노옹법률사무소, 방송계갑질 119, 청년유니온,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으로 구성된 'SBS 황후의 품격 공동고발인단'은 2018년 12월 18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SBS와 SM라이프디자인그룹 고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미디어스)

장시간 드라마 촬영시간의 원인에 대해선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한솔 이사는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촬영을 하면서 뒤로 갈수록 촬영 시간이 과도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솔 이사는 “사전에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여유롭게 준비를 했다면 콘티나 큐시트가 자세히 나왔을 것”이라면서 “소위 쪽대본이라고 부르는 식으로 실시간 촬영을 강행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시간이 늘어지는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한솔 이사는 “제작비가 안정적으로 편성이 돼서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면서 “돈 문제가 달려 있으니까 방송사에서 (스케줄이 밀리면)결방을 선택하지 않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킨다”라고 강조했다.

이한솔 이사는 “(이번 고발은)방송국에서 만든 (가이드라인 같은)것을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관행들을 개선해 나가는 경각심을 주는 차원”이라면서 “방송국에서 많이 약속하고 있는데, 이 부분들이 이번 고발을 계기로 (약속이)의지 있게 지켜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한솔 이사는 “아직은 (드라마 장시간 촬영에 대한)처벌을 받은 예는 없다”면서 “향후 처벌 사례가 나오면 좋은 상황으로는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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