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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비전 명확히 하는 2019년 되어야북핵문제 안갯 속, '경제파탄' 프레임 강화… 공직사회 고삐 죄고 개혁 확신 심어줘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1.02 09:24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가 왔다는 것에서 희망을 말하고 싶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희망보다는 위기에 대한 경계를 말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특히 연초의 상황이 그렇다.

대부분의 언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분석하는 데 보도의 상당 분량을 배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당장 올해 초로 예고된 북미대화의 향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다. 일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면서 최소한 예정된 일정이 진행되는 것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세세한 내용을 뜯어보면 낙관적 전망만을 반복하기는 쉽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주목할 대목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첫 번째는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북미대화가 교착국면인 상태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준에서의 추가 조치는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 논의를 언급하면서 제재 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성과가 없을 경우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을 넣었다는 것이다.

외교안보 관련 연구소들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를 예상하는 대목에서 톤이 강화됐다는 느낌이 든다. 일각의 우려대로 북한이 현재 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를 해주고 최소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제거했다는 식으로 국내 정치적 맥락에서 성과를 내세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 정부는 실질적 위협을 제거하는 것에는 실패한 상태로 남북 간 경제협력 등의 비용만 부담하게 될 수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소한 올해 2월까지 북미대화에서 비핵화 관련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이런 우려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간의 교착국면의 기간 동안 북미가 주고받은 말들을 보면 과연 올해 초에 비핵화 관련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여전히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를 포함한 ‘상응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조치가 기준에 미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핵단추”를 언급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당히 온건한 메시지로 구성됐지만, 정국을 반전시킬 만한 파격적 효과를 일으킬 만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는 남북관계를 보다 진전시킬 수 있는 카드지만 국제 사회의 제재 완화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고, 비핵화 관련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국내 보수 세력의 ‘퍼주기’ 공세가 강화될 수 있어 문제다. 만일 이렇게 되면 이번 정부 내에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요원해진다.

따라서 앞서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그런데 북한은 비핵화 관련 조치에 대해선 오직 미국과 협의한다는 태도이기 때문에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난제를 풀 수 있을 것이냐에 성패가 달렸다. 혹여 기대한 것에 미치지 않는 성과가 나오더라도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으며 평화를 위한 중단 없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공감대를 국민 속에서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최재형 감사원장, 청와대 보좌진들과 현충탑을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가 대북정책은 잘하고 있지만 민생 및 경제 정책에 관련해서는 더 분발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수로 나타난다. 대북정책이라는 것은 단일이슈에 가깝지만 민생 및 경제 정책이라는 것은 폭이 꽤 넓은 편이다. 결국 정부 정책 중 잘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은 대북정책 정도이며 나머지 부분에서는 국민들이 정책적 효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연초에 제기될 문제는 지난해 결정한 최저임금 인상폭이 실질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빠져 저임금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조선일보 등이 전면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하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올해 이를 낙관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고, 오히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호황도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면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저임금뿐만이 아니므로 다른 부분에서 실효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단 없는 개혁이 계속되어야 하는데, 정부 여당이 개혁의 성과를 낸다는 목표에 있어서 일체감을 가져야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공무원들이 만든 잇따른 폭로 국면은 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철학적 공유가 관료 사회 전반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게 한다. 이들의 폭로는 특감반 관련 비위와 문건 유출 당사자라는 점에서 사적인 의도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오직 이것만으로 사건의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김태우 수사관의 경우라면 최소한 이 정권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특별감찰반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지낸 신재민 씨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 정부 경제정책의 철학을 관철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공직자들을 설득하려고 한 게 아닌 듯 하다. 최소한 신재민 씨가 공개한 메신저 화면에 등장하는 ‘차관보’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공직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일소하지 않으면 정권이 임기 초에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태도를 취하다가 중반에 들어서면 적당히 상황을 관리하는 것에만 주력하고 후반부에는 큰 사고 없이 정권을 마치는 것에 방점을 찍는 전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개혁의 역효과’라는 신화의 새로운 사례만 남기는 꼴이 될 수 있다.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선의가 담긴 정책이 오히려 파국을 초래한다면 가장 좋은 선택은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촛불시위는 기성의 방법론으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혁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일시적인 고통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확신이 있기만 하다면 국민은 조금 더 고통을 감수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이 확신을 어떻게 심어줄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당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개혁이 좀 더 강한 동력으로 추진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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