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모는 혼자 사는 예능에 출연한 지 1년 만에 단기 계약연애 예능에 출연해 짝을 찾아 결혼을 앞두게 되었다. 흥미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생활’을 바탕으로 한 예능이 결혼까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예능은 태어나서 나이 들 때까지 인생 전체를 담는 수준으로 확장되었다.

최후의 순간을 제외하고 이제 예능은 인간의 삶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예능은 매년 더 확장되고 있고, 이는 결국 암묵적 경계를 무너트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예능의 힘은 강력하다. 가볍고 웃고 떠들 수 있는 장점은 많은 이들을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래나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예능에 출연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의 처지와 조건이 달라진다.

예능을 잘 이용하는 이들은 쉽게 대중적 사랑을 받는 시대다. 예능의 힘이 막강해지며 이들의 역할과 책임도 커지고 있다. 경계를 오가며 조금씩 금기의 선을 넘어서고 있는 예능 전성시대는 2019년에도 더욱 확장될 것은 명확해 보인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연애의 맛>

이필모라는 배우를 모르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이름이 낯선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2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하며 큰 사랑을 받은 배우다. 현재도 뮤지컬과 연극, 그리고 드라마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들 대중적으로 크게 알린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능이었다.

연애 프로그램인 <연애의 맛>에 일반인과 100일 동안의 계약 연애를 하는 과정이 화제가 되었다.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도 열광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은 2018년이 저물기 전 결혼을 약속했다. 오는 2월 정도 결혼식을 열 것이라고 알려졌다.

예능이 결혼도 시킨다. 중매쟁이를 자처한 <선다방>은 일반인들의 신청을 받아 매칭해 방송에 출연시킨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결혼을 하는 커플도 나왔다. 연예인과 일반인 가리지 않고 방송은 그렇게 모든 것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짝찾기 프로그램은 더욱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며 연애도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그리고 사회적 변화에 따라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이 됐다. 홀로 살려는 인구가 늘면서 연애는 그저 예능을 통해 체험하는 가치로 변모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식의 연애 프로그램은 더욱 확장되고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tvN 예능 프로그램 <선다방>

이필모의 결혼은 다양한 예능의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게 한다. 그는 1년 전 <나 혼자 산다>에 자신의 삶을 공개했다. 재미있게도 이를 거쳐 이필모는 그해 여름 <연애의 맛>에 출연했고, 서수연이라는 일반 여성을 만나 결혼까지 성공하게 되었다. 해당 방송사는 <아내의 맛>이라는 부부 예능에 출연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솔로들의 삶을 다룬 <나 혼자 산다>는 콩트로 변모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기다. 솔로들의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고,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 <아내의 맛>만이 아니라 <따로 또 같이> 역시 부부들의 삶을 바라보는 예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부의 삶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를 다룬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고부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이다. 미리 연습하는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아찔한 사돈연습>은 결혼도 하기 전에 이런 관계들을 연습하는 프로그램이다.

연애 프로그램으로 솔로임을 증명하고 연애를 통해 결혼을 해서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는 예능에 다양하게 출연도 가능하다. 고부갈등을 보여줘도 되고, 부부끼리 여행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나가도 된다. 부부의 일상을 담은 프로도 가능하다. 여기에 아이가 생기면 바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이 가능해진다.

아이들의 삶 자체를 그대로 기록할 수 있는 예능이 존재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둥지탈출>을 통해 그들의 여행기도 담을 수 있다. 그 전에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살아보는 <잠시만 빌리지>도 존재한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그들과 함께하는 <팻츠고! 댕댕트립>이나 런칭을 준비하는 방송도 존재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 부부의 은밀한 삶을 바라볼 수도 있다. 문제가 있다면 일반인의 경우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은밀한 그들의 이야기를 폭로하기도 한다.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남편에게 보다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한집살림>을 통해 서로 다른 연예인 가족들이 함께 사는 기묘한 상황극도 가능해졌다. 유부남들의 일탈 혹은 위로를 담은 예능도 많다. <아빠본색>이나 <궁민남편>을 통해 일상에서 탈출해 나만의 삶을 살아볼 수도 있다.

연예인들의 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볼빨간 당신>은 부모의 버킷리스트를 함께해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아모르파티>는 보다 적극적으로 홀로 된 부모의 짝 찾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여기에 남자별로 여자별로 나눠서 예능을 소비하는 형태의 프로그램들도 존재하고 보다 확장되고 있다.

마흔이 넘어서도 솔로라면 <불타는 청춘>에 출연도 가능하다. 돌싱이든 뭐든 현재 혼자라면 출연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결혼한 김국진 강수지처럼 그 안에서 썸을 타고 결혼도 할 수 있는 예능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며 그들을 위한 예능이 지금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될 것은 명확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늦도록 결혼 생각이 없는 자식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직접 나와 관찰하는 <미운 우리 새끼>는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결혼 안 하는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과 쇼적인 요소가 말초적인 감각을 자극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국내 정서 상 죽음은 다룰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죽음 뒤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예능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은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모든 삶을 예능이라는 틀 속에서 소화하고 소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올 상반기는 2018년 예능의 흐름을 따라가겠지만, 하반기에는 이를 능가하는 또 다른 예능들이 속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예능, 어디까지 해봤니?'라는 질문이 어쩌면 2019년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같은 스토리라인을 갖춘 예능들까지 등장하고 유튜버까지 예능화되는 상황에서 경계는 무한대다.

가상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삶으로 점점 들어오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예능에 출연한 아이들의 성장점에 맞춘 예능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소비되는 세상은 이미 우리의 삶 자체가 <트루먼 쇼>나 크게 다름없는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트루먼인지 이를 기획한 크리스토프인지 선택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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