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SBS 노동조합이 사측과 대주주가 약속한 'SBS 수익구조 정상화' 방안 마련을 거부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SBS는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기능의 수직 계열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익은 지주회사로 유출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SBS노조는 SBS와 SBS 미디어홀딩스의 합병을 사측에 제안한 상태다. SBS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경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27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노동조합이 내린 결론은 결국 문제적 착취 구조인 SBS의 수익유출 통로를 완전히 제거하는 '지주회사 체제의 완전한 해체'"라며 "이는 합의 시한을 넘긴 채 1년 이상 지속돼 온 SBS 수익구조 정상화 논의에 대한 노조의 최종 결론이다. 미디어 홀딩스 합병을 통한 SBS 정상화 외 어떠한 소모적 논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10월 13일 SBS는 노동조합, 회사, 대주주가 '수익구조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SBS본부는 SBS와 SBS 미디어홀딩스 간 합병을 사측과 대주주에 제안했지만, 사측은 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현재 SBS는 태영을 대주주로 둔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 아래 있다. SBS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지만 유통 기능은 없다. 미디어홀딩스 산하 SBS 콘텐츠 허브와 SBS 플러스 등의 회사가 유통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들의 이익은 미디어홀딩스로 돌아간다. SBS본부 추산 지난 10년 간 이렇게 미디어홀딩스로 돌아간 SBS의 수익은 3천 7백억 원에 달한다.

현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의 SBS(위)와 미디어홀딩스 합병 후 SBS(아래) (제공=전국언론노조 SBS본부)

SBS본부는 "SBS의 콘텐츠 수익을 착취하는 것 외에 어떠한 정상적 기능도 수행하지 못했던 SBS 미디어홀딩스는 내용적으로는 이미 해체된 상태"라며 "사장을 포함해 총 직원 5명만이 남아 방송법 상 지분제한이 없는 타 계열사에 대한 태영의 배타적이고 직접적 지배력 관철, SBS 이익 유출이 가능한 법적 구조를 유지하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껍데기 체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SBS본부 조합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행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은 0%로 나타났다.

SBS본부는 SBS와 SBS 미디어홀딩스의 합병으로 기획-제작-유통 수직계열화를 통한 수익구조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SBS본부는 "이미 기능이 수직 계열화되고 투자여력이 내재화된 경쟁사들은 미래형 조직으로 정비를 서두르며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며 "SBS는 지상파 방송의 급격한 영향력 상실과 맞물려 모든 플랫폼을 관할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컨트롤 타워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SBS본부는 사측이 합병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끝장투쟁' 이상의 강경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윤창현 SBS본부장은 지난 18일 '본부장 편지'를 통해 "사측이 조합의 요구에 답하지 않거나, 기존의 미봉책을 고수할 경우 노동조합은 사측과 대주주가 더 이상 10.13 합의 이행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지주회사 체제 해체를 위한 끝장투쟁,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근본적인 투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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