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종합편성채널의 의무전송 특혜를 환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케이블,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 중심으로, 이번 방통위의 결정이 시기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수신료 협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26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종편 전체 채널에 대한 의무전송을 폐지하기로 한 제도개선안을 원안접수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와 같은 결정을 통보할 계획이다. 실제 의무전송제 폐지까지는 입법예고 등을 거쳐 시행령이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 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무전송제도는 공익적 채널에 한해 케이블, IPTV 등 유선방송 사업자에 채널을 의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종편 출범 당시 방통위는 다양성 구현을 이유로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종편4사 의무전송제도를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종편은 별도의 플랫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전국 송출망을 확보하는 한편,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수신료 명목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아 '이중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방통위는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체를 꾸리고, 관련 자문단을 구성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방통위 출범 직후 예상됐던 안은 종편 의무전송 채널의 축소였으나, 결국 종편 전체 채널에 대한 의무전송 폐지로 결론이 났다. 종편 의무전송제도 개선 자문단의 의견은 폐지 6명, 유지 4명, 축소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업자 의견 수렴 과정에서 TV조선·채널A·MBN이 폐지 반대 입장을 내놨고, JTBC는 신생 사업자 지원이라는 제정 당시 취지를 달성해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MBN의 경우 폐지를 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추가로 제출했다.

케이블, IPTV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되더라도 당장 시장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플랫폼 사업자들은 제도 폐지 이후 프로그램 사용료와 관련해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이번 안건은 종편 출범 당시 '종편특혜'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지상파 방송 독과점 시대에 시장 진입을 위해 해주던 것을 이제 시장 상황 변화로 철회한다고 볼 수 있다"고 '특혜 환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허 부위원장은 "다만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 심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정 차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되면 종편의 위상이 출범 초기 때와는 달라 유료방송사업자와의 수신료 협상 과정에서 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지금의 종편을 채널에서 뺄 수 없고, 종편은 이를 수신료 협상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범 7년을 맞은 종편은 방송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방통위가 내놓은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살펴보면 종편 4사의 방송 사업 매출은 7272억 원을 기록, 전년 대비 23.8%p 증가했다. 특히 광고 매출(4004억 원, 39%p 증가)과 프로그램 판매(594억 원, 51.3%p 증가)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시장에 안착한 종편의 협상력이 강해진 상황에서 의무전송 제도가 폐지될 경우, 수신료 협상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려다.

한 플랫폼 사업자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종편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에 시청권을 가지고 채널을 빼겠다는 것을 협상 도구로 해서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상파만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종편의 영향력과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마케팅 경쟁 상 플랫폼 사업자가 종편을 채널에서 뺄 수 없다"면서 "채널 번호 변경의 경우에도 종편 보도가 가진 영향력과 약관변경 시 방송사업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의무전송제도 폐지와 함께 종편의 수신료 협상카드는 늘어나게 되고, 사업자 간 갈등 심화로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허 부위원장은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의 의무전송 제도개선에 대해서는 내년에 추진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방통위 사무처에 당부했다.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은 종편과 마찬가지로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의무전송 채널에 해당한다. 의무전송 제도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내놓은 종편3사는 보도전문채널을 언급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측면에서 사업자 간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내년에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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