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출연자로 SBS <미운 우리 새끼> VCR에 모습을 드러낸 홍선영, 홍진영 자매는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지난 11월 <미운 우리 새끼> 출연 이후 홍진영 자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이유는 홍자매가 아니라 ‘흥’자매로 불릴 정도로, 이들 특유의 밝음과 긍정적인 에너지가 보는 사람의 기분마저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운 우리 새끼>에 다시 등장한 홍자매에게선 이들의 가장 큰 장점, 긍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가 상당부분 희석된 것 같은 아쉬움을 안겨 준다.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만 해도 수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던 홍자매가 고정출연자가 되자마자 원동력을 잃어버린 것은 지나치게 ‘먹방’에 치중했기 때문.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물론 지난 11월 홍선영이 <미운 우리 새끼>에 첫 등장했을 당시에도 뭐든 야무지게 잘 먹는 그녀의 먹방이 주목받긴 했다. 그러나 먹는 것을 유독 사랑한다는 홍선영의 먹부림도 언제 어디서나 유쾌한 흥을 잃지 않는 그녀의 삶의 일부로 드려났을 뿐이지, 먹방이 전부는 아니었다.

허나 안타깝게도 23일 방영한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홍선영이 가진 수많은 장점을 뒤로하고, 그녀의 남다른 식탐만 강조된 듯하다. 떡볶이, 어묵, 빈대떡, 아이스크림 등 먹방으로 시작해서 먹방으로 끝난 <미운 우리 새끼>의 홍자매 편에선 이동 중에도 계속 먹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홍선영처럼 방송 출연이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은 방송 적응을 위해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행위인 먹는 것을 강조할 필요도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23일 <미운 우리 새끼>에 비춰진 홍자매의 먹방은 과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날 방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홍자매의 일상은 먹방, 음식, 홍선영의 다이어트 외에는 다른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이영자와 박성광 매니저의 먹방으로 주목받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또한 방송마다 먹방이 강조되긴 하지만, <전지적 참견 시점>엔 연예인과 매니저의 관계에서 오는 특별함이 있고, 그에 따라 매주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터라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 준다. 최화정, 이영자, 송은이, 김숙, 장도연의 Olive <밥블레스유>도 먹방만 강조하지 않는다. DJ가 시청자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나름의 조언을 해주는, 라디오와 인터넷 라이브 개인 방송이 결합된 것 같은 <밥블레스유>는 다섯 출연자들의 먹방 외에도 그녀들에게서 음식 테라피를 받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의 사연이 등장하고, 음식으로 출연자와 시청자가 쌍방으로 소통하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

하지만 23일 <미운 우리 새끼> 홍자매 편은 이 자매의 무궁무진한 매력과 장점을 보여주기보다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콘텐츠인 먹방만 강조했다. 그 결과,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만해도 흥 많고 다정다감한 성품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홍선영은 주체할 수 없는 식탐과 연이은 다이어트 실패로 엄마의 뒷목을 잡게 하는 '미운 우리 새끼'로 전락하게 된다.

매주 김건모와 박수홍의 기행을 강조하며 그들 엄마들의 분노게이지를 상승시키는 컨셉으로 인기를 얻은 <미운 우리 새끼>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과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잡아둘 수 있을까. 홍자매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과도한 먹방으로 희석시켜 버린 <미운 우리 새끼>, 다음 편에선 이들의 다양한 매력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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