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는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 조사결과가 언론에 유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언론수용자들이 바라보는 한국 언론은 4년 전 세월호 참사 때 수준으로 신뢰가 떨어졌다. 일 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도 언론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 미디어오늘만이 “언론인 신뢰도, 세월호 참사 때 수준으로 추락”이라는 보도를 했다.

촛불혁명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은 진실에 눈 감았던 과거 행태에 대해 반성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언론의 반성을 믿지 않았다. 유행처럼 이어졌던 언론의 반성에 결국 진정성이 없었음은, 언론 신뢰도 추락이 아니라 그 사실을 보도하지 않는 데서 찾을 수 있다.

23일 <저널리즘 토크쇼J>는 연말을 맞아 ‘영화 속 저널리즘’이라는 다소 의외의 주제를 내보냈다. 연말이라는 분위기를 감안해 “말랑한” 내용으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정세진 아나운서의 엄살과는 달리 이 주제가 담은 행간마저 그렇게 말랑할 수는 없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모두에 말한 것처럼 언론에 대한 신뢰는 잠시의 회복세가 무색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와 기자는 늘어나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고용문제로 정부를 압박하는 그런 ‘절망적인’ 경제상황 속에서도 언론은 ‘되는 장사’라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의 의미를 정리한 것이 바로 언론인 신뢰도 추락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저널리즘과 관련된 영화 혹은 드라마는 아주 많지 않지만 반대로 명작의 비율이 높다.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J>가 소개한 네 개의 영화들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프로스트vs닉슨’ ‘내부자들’ ‘나이트 크롤러’ 그리고 ‘자백’ 등이 소개됐다. 아마도 보지 못한 영화가 더 많겠지만 ‘내부자들’의 경우 700만 관객이 들 정도로 빅히트를 기록한 영화여서 많이들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현재 MBC 사장이 된 최승호 PD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화관에서 14만 명이 본 영화 ‘자백’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의 간첩조작 사건과 과거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을 다뤘다. 유우성 씨는 4년 만에 그리고 또 누군가는 40년 만에 간첩누명을 벗었지만 그들에게 누명과 고통을 안긴 이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

과거 유신독재 때에는 그럴 수 있었다고 하지만, 21세기 한국에서 간첩조작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정권의 도덕성 문제지만 동시에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위 방송 정상화 이후 각 방송사들이 탐사보도를 늘리고 보도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증가한 만큼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많다.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자백’ 소개를 보며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실보다는 현실의 저널리즘 문제에 시선을 더 두게 된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늘고 방송도 제한 없이 한다는데, 왜 시청자들은 여전히 진실과 정의에 갈증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언론인 신뢰도가 세월호 참사 때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또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도 더하고 싶다.

<저널리즘 토크쇼J>가 ‘말랑하게’ 영화를 다뤘다고는 하지만 새삼 달라진 것이 없는 한국 저널리즘의 현실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전혀 말랑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언론 소비자들이 갖는 불만과 질문을 대신한 것 아니었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