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 축구의 최대 화두는 역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하면서 스타이자 영웅으로 떠오른 박지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 성실한 플레이, 이따금씩 터져 나오는 강력한 공격력과 끈끈한 수비 능력은 후배 선수들에 하나의 롤모델로 거듭나기까지 했습니다. 부상 같은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앞길을 가는 박지성은 앞으로도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역할을 해낼 선수로서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최근 돋보이면서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981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서른 줄에 접어들어 여전히 어느 정도 선수 생활이 남아있는 가운데서도 일찌감치 미래를 내다보는 행보를 펼치며 또 다른 귀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선수'의 면모를 직접 보여주면서 논문을 발표하고 영어 성적도 합격에 해당하는 점수를 따냈는가 하면 자신이 설립한 재단 자선 경기를 내년 베트남에서 가질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전 은퇴 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미 유소년 축구 선수들을 위한 '박지성 축구센터'가 경기도 수원에 건립돼 운영되고 있는 등 이렇게 은퇴를 어느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미리 앞날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신선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 박지성선수(사진-김지한)
사실 이 같은 행보는 홍명보 현 올림픽 겸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연상케 합니다. 홍 감독 역시 은퇴 직후 자선재단을 설립해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 연예인들을 불러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 경기를 펼치고 있지요. 또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박사를 수료하고, 국가대표팀 코치, 올림픽팀 감독 등을 역임하는 등 성공적인 은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웬만한 팬들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박지성이 평소 '~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인터뷰 태도를 홍 감독 선수 시절 따라 배웠다는 걸 생각하면 나름대로 홍명보 감독을 따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유쾌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박지성과 홍명보는 분명히 한 가지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한창 선수로 뛰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은퇴 이후를 염두에 둔 행보를 박지성이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홍 감독이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선수가 어떤 재단을 만들거나 공부를 하는 등의 은퇴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있지 않아 이 부분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경우, 한창 선수로 뛰고 있는 가운데서 미리 은퇴를 염두에 두고 다른 분야에서 기반을 닦고 있는 걸 보면 현재 선수로 활약하는 것만큼이나 은퇴 후 어떤 부문에서 한국 축구에 큰 기여를 하게 될지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일찍이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해 나름대로 인맥도 구축하고 있는 박지성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성공적으로 기반을 잘 닦아놓는다면 홍명보 감독 이상의 모범적인 은퇴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까지 합니다.

1970-80년대를 호령했던 차범근 감독이 국내에 들어와 축구교실을 만들어 지금까지 큰 관심을 얻으며 운영되고 있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운동 선수들의 은퇴 문화는 아직 걸음마 수준인 게 사실입니다. 그나마 최근 지도자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지도자, 선수 키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이것이 완전히 정착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은퇴 문화에도 상당한 변화, 그리고 전환점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성공적으로 잘 진행돼서 많은 사람들에 귀감이 된다면 지도자나 선수 모두 이를 벤치마킹해서 축구계뿐 아니라 우리 체육계 전반적으로도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상당한 전환점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박지성의 이 같은 행보는 아무래도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의 성원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기 위한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거둔 모든 성과들을 팬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누고,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하는 박지성의 대외 행보는 분명히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한창 창창하게 뛰어야 하는 박지성이 앞으로 몇 년간 더 좋은 선수로 활약하면서 대외 행보에도 영웅다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들의 영원한 축구 영웅'으로 오랫동안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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