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이사회가 KBS 시사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과 관련해 안건 상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KBS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KBS 이사회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안건 상정 여부를 두고 논의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후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임시이사회에서 천영식 이사는 이날 상정된 안건과 별개로 "'오늘밤 김제동' 문제가 이사회 밖에서 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 이사회가 끝까지 모른 척 하고 넘길 수 있겠느냐"며 "어차피 의견진술을 해야 하는 마당에 이사회에서 '오늘밤 김제동'을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상근 이사장은 '오늘밤 김제동' 안건 상정 논의를 이사회 운영위원회에서 다룰 것을 제안했고, KBS 이사회는 운영위원회에서 상정 여부에 대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운영위원회는 김태일 이사, 황우섭 이사, 강형철 이사, 김영근 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다.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12월 4일 방송화면 갈무리

어제(18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김정은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을 인터뷰 한 '오늘밤 김제동'에 대해 방송심의 규정 제29조2의 1항을 처음 적용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으로 2014년 신설된 조항이다. 조항 신설 당시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 정치심의 우려 등 개악 논란이 일었던 조항이다. 방통심의위의 의견진술 결정이 KBS 이사회 안건 상정 논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상 KBS 이사회는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사장 임명제청을 비롯해 경영과 관련된 사항들을 심의ㆍ의결한다. 그러나 공사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 권한은 없다.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시청자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때문에 과거에도 일부 이사들이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하는 언급을 하거나 안건을 상정하려 한 경우 '프로그램 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오히려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인호 전 KBS 이사장을 꼽을 수 있다. 2015년 2월 이 이사장은 KBS에서 방송된 <광복70주년 특집-뿌리깊은 미래 1편>의 일부 내용을 문제 삼으며 프로그램에 대한 토론을 안건으로 상정하려 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KBS PD협회 성명서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뿌리깊은 미래>의 내레이션 중 북한의 입장에서 쓴 듯한 내용이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KBS에 전달해야 하고, 이사회에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이사장이 이사회 사무국을 통해 다른 이사들에게 이사회 참석 전 <뿌리깊은 미래>를 면밀히 보고 참석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알려졌다. 결국 다른 이사들이 '이사회는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중지됐다.

KBS PD협회는 당시 성명서에서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장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전체 KBS 프로그램 내용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양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로그램 내외부의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를 프로그램 개입과 이념 전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고"라고 규탄한 바 있다.

한편, '오늘밤 김제동' 제작진은 해당 방송이 논란이 일자 입장을 내어 "스튜디오에 출연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신지예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관련하여 비판적인 토론을 이어갔다"며 "김제동 MC도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의 출현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인 반응들을 직접 전달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단체의 인터뷰는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이미 보도된 바 있으며, 이 단체의 기자회견 내용도 자세히 인용돼 기사가 나오고 있다"며 "김정은 방남 환영 단체들을 다룬 기사를 모두 ‘찬양기사’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제작진은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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