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의회가 2019년부터 한겨레신문을 절독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한겨레신문이 ‘새누리당이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서대문구청에서 주민 명부를 빼내 선거에 활용했다’고 보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월 20일 한겨레신문은 <유권자 72% 전화번호 빼내 불법선거…“구청서 통째로 받아”> 보도를 통해 새누리당이 구청에서 주민 명부를 빼내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겨레의 관련 보도에서 당시 새누리당 의원실 직원은 “2011년 10월, 이성헌 의원(서울 서대문갑)의 보좌관으로부터 ‘유권자 명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면서 “이 보좌관은 구청에서 빼 왔다는 주민 명부(총 13만1727명)를 주며 과거 선거 때 제공받은 선거인단 명부, 당원 명부 등과 합쳐 서대문갑 유권자 명부를 새로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의회 전경 (사진=서대문구의회)

해당 보도가 나간 후 서대문경찰서는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5일 “혐의점을 입증할 증거와 피 혐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면서 내사를 종결했다. 내사 종결 후 이성헌 전 의원은 한겨레신문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성헌 전 의원이 제기한 민사 소송이 끝나야 확실한 진위가 가려질 전망이다.

하지만 서대문구의회의 자유한국당 구의원들은 경찰이 내사를 종결하자 “한겨레신문이 서대문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한겨레신문 절독을 주장했고 민주당 구의원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서대문구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2019년부터 한겨레신문을 절독하겠다고 결정했다. 서대문구의회는 조선일보 1부·동아일보 2부·스포츠동아 2부·서울신문 2부·한국일보 1부·한겨레신문 1부·경향신문 2부·문화일보 2부·매일경제 2부·내일신문 1부·중앙일보 1부를 구독하고 있었다. 이 중 한겨레신문을 2019년부터 절독한다는 것이다. 당초 서대문구의회의 2019년 예산안 중 ‘중앙지 신문구독료’는 432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지만 한겨레신문 절독을 감안해 21만 6000원이 줄어든 410만 4000원으로 결정됐다.

지역 매체 ‘서대문사람들’에 따르면 한겨레신문 절독은 자유한국당 소속의 구의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길식 구의원(자유한국당)은 “서대문구의 자체감사 결과 없이 언론매체(한겨레신문)가 대서특필해 서대문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서 “언론중재위 재소는 물론, 해당 신문은 절독하고 오보 재발 방지를 위한 경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양리리 구의원은 “한겨레신문의 출입금지 등 선언적 조치가 필요하며, 구독중단과 법적 조치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추후 이런 오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리리 구의원은 미디어스에 “한겨레 보도로 서대문구청의 행정 신뢰도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공무원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렸다”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서대문구 공무원 입장에서 구청취재금지나 절독 주장은 언론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당연한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한겨레신문 절독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소속 A 구의원은 “한겨레신문 기사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의원이 (절독 요구를) 했다”면서 “예산 협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집요하게 나왔다. 더 싸우기 지쳤다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B 구의원은 “한국당이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니, 존중한 부분이 있다”면서 “의회 사무국 말로는 조정(한겨레신문 재구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구 의회의 발상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한겨레신문의 입장에서는 1부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작은 지역 매체의 경우 구 의회가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면 존립의 위험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구 의회는 지역 예산을 심의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언론사가 껄끄럽다고 판단되면 (한겨레신문 같은) 방식으로 압박할 수 있다”면서 “언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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