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어스=송창한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던 고 김용균 씨(24) 사망하게 된 근본원인에는 '죽음의 외주화'가 있었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본래 2인 1조로 운영되어야 하는 컨베이어벨트 작업이 경쟁입찰 방식의 하청업체 선정으로 가격경쟁이 발생하면서 인건비를 낮추는 형태로 운영되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의 정흥준 연구위원은 18일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연료운전환경설비 일은 수의계약을 통해 계속 됐었다. 2014년 공정위에서 이 수의계약은 공정거래법상 위반이기 때문에 경쟁입찰을 하라고 해서 2015년부터 경쟁입찰을 하게 됐다"며 "그러면서 여러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단가를 낮추게 된 것"이라고 2인 1조 운영이 무너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수의계약을 하던 때는 2인 1조가 잘 지켜졌는가"라는 질문에 "그것도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도 한전에서 했을 때보다 상당히 인원이 줄어서 하게 됐었는데, 특히 경쟁계약으로 오면서 인원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김용균 씨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일을 했었다. 해당 업무는 2인 1조로 운영되도록 지침에 세워져 있다. 사고 우려 발생 시 안전줄(풀벨트)을 당기는 등의 조치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청업체를 경쟁입찰을 통해 선정하는 방식 등의 문제로 가격경쟁이 발생, 업체들이 선정을 위해 단가를 낮추면서 지침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발전소의 경우 도급 비용의 대부분을 인건비가 차지한다.

정 연구원에 따르면 한전 산하 5개 발전사 전체 인원 1만 7천여명 중 정규직은 9500명, 고 김용균 씨와 같은 사내하급업체 직원은 81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발전소 중 절반에 이르는 발전소들이 하청 노동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안전 문제가 산업재해 수치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는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밝힌바 있다. 사망 사고의 경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간 산재로 사망한 40명 중 하청 노동자는 37명(92%)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정 연구원은 "이런 중대재해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 언론에서 '위험을 외주화'해서 그렇다는 얘기가 많다. 일단 그 자체는 틀린 말은 아니"라면서도 "사실 정규직들도 위험한 일을 하는 산업이 꽤 있다. 그런데 정규직들이 하게 되면 잘 사고가 안 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정규직의 경우 안전업무를 하다가 위험하면 '일할 수 없다'고 자연스럽게 제기할 수 있다"면서 "비정규직이나 하청에서 일하는 분들은 시키면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거부를 못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여부에 따라 안전업무 지시를 받았을 시 업무수행 권한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17일 전국 석탄화력발전소를 긴급 점검하고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키도록 만들겠다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근본원인으로 제기되는 '외주화'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대책에 대해 정 연구원은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일회성이고 이전에 나왔던 얘기들을 반복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 연구원은 "사고 많은 쪽에서는 외주를 금지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다고 한다면 안전보다 생산이 우선시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그러면 원청에 사용자성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하청업체가 책음을 지게 돼 있다. 공동사용자성이라고 해서 원청도 안전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한다"며 현재 국회 계류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도 공동사용자성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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