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근거 없이 서울 중랑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발언을 방송에 내보낸 R토마토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에서 R토마토 ‘부동산 엑스레이’에 대해 법정제재 과징금 결정을 내렸다. 4기 방통심의위가 뉴스 프로그램에 과징금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 건설사 아파트를 광고물 형태로 제작하여 장시간 방송한 머니투데이방송(MTN) 이후 두 번째다.

지난 7월 26일 R토마토 '부동산 엑스레이'의 출연자 윤 모 씨는 방송에서 합리적 근거 없이 서울 중랑구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모 씨는 “중랑구가 문제가 됩니다”·“이 지역 부동산 안 올라갑니다”·“(중랑구 주민들은) 빨리 이사 가라”는 발언을 했다.

▲R토마토의 부동산 X레이 (사진=R토마토 방송화면 캡쳐)

R토마토는 지난 1월 특정 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 투자를 권유하고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방송을 해 방통심의위로부터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받은 바 있다. 당시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은 '부동산 엑스레이'였으며 진행자는 윤 씨였다.

이에 대해 이지현 R토마토 대표는 “생방송이었고, 대본에 없던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지현 대표는 “원래 대본에는 ‘중랑구가 현재 베드타운이다’ 정도의 내용만 있었다”면서 “11월 16일부터 윤 씨는 출연정지 상태”라고 밝혔다.

이지현 대표는 R토마토의 경영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지현 대표는 “현재 R토마토의 재정 상황을 보면 (방송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이 안 된다”면서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17년과 올해뿐이고 이는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방송 사정이 어려워서 윤 씨와도 출연료를 책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방송을 했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는 다수의견으로 법정제재 과징금 결정을 내렸다. 허미숙 부위원장, 전광삼 상임위원, 박상수·심영섭·윤정주 위원은 과징금 결정을 내렸다. 심영섭 위원은 “출연자에게 보상(출연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출연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라면서 “경제 프로그램이지만 자체심의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투기 조장을 한 방송”이라면서 “부동산과 관련된 사실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상현 위원장·이상로·김재영·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 경고 의견을 제시했다. 김재영 위원은 “부동산 전문가가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영세한 방송사의 구조적인 문제다. 악의성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출연자가 투자손실을 일으킬 상황을 조장했다면 과징금 가능성이 있지만, 그런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과징금은 법정제재 중 수위가 가장 센 제재다. 과징금은 최소 1천만 원에서 최대 3천만 원 안에서 결정된다. 4기 방통심의위가 뉴스 프로그램에 과징금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 건설사 아파트를 광고물 형태로 제작하여 장시간 방송한 머니투데이방송(MTN) 이후 두 번째다.

또 방통심의위는 분양 예정 아파트의 로고와 명칭을 반복하여 노출하고 특장점을 언급한 아시아경제TV 'NEWS 인사이트'에 대해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아시아경제TV는 10월 19일 방송에서 아파트 교통환경·방 구조 등을 설명하고 “전매제한 강화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청약일정을 소개한 바 있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아파트·부동산 홍보 방송을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강원도 민영방송인 G1 TV는 원주지역 아파트 분양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자사의 최대주주인 특정 건설사를 홍보하는 보도를 해 법정제재 경고를 받았다.

SBS CNBC는 부동산업체에 협찬을 받고 방송을 제작했으며, 해당 업체의 이사가 방송에서 자사 매물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방송에 내보냈다. 이에 방통심의위는 SBS CNBC에 의견진술을 결정하고 부동산 프로그램의 인포모셜(정보를 제공한 상업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아파트·부동산 홍보 방송을 막기 위한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연우 교수는 “만약 방송사가 특정 주식의 특장점만 언급하고 광고효과를 주는 방송을 했다면 당국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부동산은 이에 대한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연우 교수는 “승인과 재허가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효적인 방지책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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