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회가 2019년도 예산안에 디지털성범죄 관련 신설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 26억4500만 원의 예산 신설을 의결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 안상수 예결위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국회 과방위는 디지털성범죄 관련 신설예산 26억4500만 원이 포함된 2019년도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디지털성범죄 예산 신설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논의 당시 과방위 여야는 방통심의위에 디지털성범죄 예산을 신설하는 것에 동의했다.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방통심의위의 모니터링 요구는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상담은 여성가족부가 하는 게 맞지만, 삭제 등은 방통심의위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예산심사소위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일본의 경우 무작정 사람으로 모니터링을 하는 게 아니라 AI 기술 등을 통해 음란물을 걸러내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하는 요원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매우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예산 신설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회 과방위는 여야 과방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디지털성범죄 예산 신설을 의결했다. 이 예산은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 전담조직 창설,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설계, 디지털성범죄 자료가 유포된 해외 사이트 자율규제 협력, 디지털성범죄 민원 신속 처리를 위한 전자심의 지원시스템 구축 등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에서 이 논의는 없었던 일이 됐다. 예결위는 방통심의위 관련 예산으로 인건비 3억5000만 원, 경상비 6000만 원, 방송통신심의활동 7억6000만 원을 증액했다. 디지털성범죄 신설 예산은 논의에 반영되지 않았다.

디지털성범죄 게시물을 삭제·시정요구 할 수 있는 기관은 방통심의위가 유일하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이 디지털성범죄 관련 부서를 확충·신설하고 있지만,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 대응팀 인력은 7명에 불과하다. 방통심의위는 예산 신설이 되면 대응팀 인력을 30여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었다. 예산 신설이 무산되면서 디지털성범죄 대응팀 업무에 과부하가 생겨 처리기간이 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피해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고스란히 지게 될 우려가 제기된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왜 예산이 삭감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합리적인 예산 삭감 이유가 있다면 확인을 하고 개선을 할 것인데, 설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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