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자유한국당이 '도로 친박당'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진화에 나섰지만, 친박이 당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병준 체제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친박을 등에 업은 나 원내대표가 한국당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병준 위원장은 "일부에서 우리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에게 친박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까지 있다"며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당과 국민들도 용납 못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왼쪽)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김병준 위원장은 "이번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정말 우리당 계파주의가 크게 약화하고 사라져가는구나 하고 느꼈다"며 "탈 계파주의의 승리고 그런 점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느 쪽이 이기고 진 것에 관계없이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그런데 최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선임되고 일부 언론에서 마치 선거가 계파주의에 의해 치러진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사실도 아니고 옳지 않은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저 나름대로 관찰했습니다만 계파를 가로지르는 크로스보팅도 상당히 많았다"며 "지긋지긋한 계파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합쳐져 이번 선거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은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로 '도로 친박당'이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자, 계파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가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정치권에서는 친박이 당권 전면에 나선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나 원내대표가 친박 초·재선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친박계는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에 불만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나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으로 인해 탈당의 원인이 제거됐고 결국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앞서 '친박 신당'이 창당될 거란 소문이 여의도 정가에 돌았었다. 홍 의원은 지난 6일에는 비박이 전권을 잡을 경우를 가정하며 "굉장히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고, 11일자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이미 신당의 실체가 바깥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친박 신당설이 비박 지도부 선출을 막기 위한 '압박 카드'로 사용됐던 셈이다.

김병준 비대위가 실질적 개혁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병준 비대위는 비박계 김성태 원내대표 체제가 중심이 돼 구성한 체제다. 그러나 친박을 등에 업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비박 후보인 김학용 의원을 압도적 표차로 꺾은 것은 김 전 원내대표와 비박계에 대한 한국당 현역의원들의 내부 심판으로 볼 여지가 많다. 따라서 전당대회 전까지는 사실상 나 원내대표가 실질적으로 당권을 거머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당장 김병준 비대위의 개혁안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가 제동을 거는 분위기다. 비대위 조직강화특위는 이르면 14일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10여 명 이상의 현역 의원이 포함될 거란 예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112명 의석도 많지 않은 의석"이라며 "우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크게 해하는 쪽의 쇄신에 대해 우려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병준 비대위를 만든 원내대표가 일종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며 "김병준 체제의 시한이 사실상 만료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소장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의 전폭적 지원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친박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당 친박이 당권 전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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