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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30은 왜 ‘보헤미안 랩소디’에 빠져들었나?[미디어비평] back2analog
채희태 블로그 back2analog 운영자 | 승인 2018.12.12 13:47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 요인? 난 두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왜? 퀸이니까!

그렇다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증폭’ 요인은? 퀸이라는 콘텐츠가 그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2030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가 주도하고, 정치와 문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렵게 균형을 맞춰온 나라다. 하여 숨 가쁘게 성장해 온 경제상황으로 인해 세대에 따른 콘텐츠의 소비 방식이 극심하게 다르다. 

지금의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났다. 그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소비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이미지

2030은? 소위 아이돌로 불리는,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콘텐츠가 차고 넘쳤기에 팝송에 대한 갈증이 없었던 세대이다. 그들은 10대 때 서태지와 아이들을 만났고, 가수 출신에서 사업가로 변한 이수만은 1986년생 BoA를 작정하고 아이돌로 프로그래밍했다. PSY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다국적 그룹 Twice는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 BTS는 잘 조련된 엘리트 군대를 배경으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마치 영국의 한 작은 항구 도시였던 리버풀 출신의 비틀즈가 미국을 ‘침공’했을 때와 맞먹는 위력이다. 

그렇다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초기 흥행을 이끌었던 4050은? 4050은 케첩에 찍어 먹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 퀸을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왜? 퀸이니까!

퀸이 우리나라에 상륙했던 1970년대, 그리고 80년대 대한민국엔 케첩이 없었다. 아니 케첩이 있어도 못 먹었을 것이다. 쌍8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던 나에겐 고등학교 때 열심히 팝송을 부르며 갈고 닦은 기타 실력을 뽐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심지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팝송 테이프는 대학을 다니던 중 다 불태워 버렸다. 진보도 보수도 문화의 다양성을 주장할 수 없었던 흑백의 시대, 음악다방에서 DJ를 했다는 한 선배는 그 획일성에 소심하게 저항하기 위해 과방에서 기타를 치며 ‘농민가’를 록으로 불렀다.

낮에는 시위, 밤에는 팝송을 들으며 이중적인 문화생활을 했던 4050들에게 퀸은 억눌린 자유였다. 13개의 인공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된 Live Aid도 우리나라에선 군부정권의 승인을 기다린 후 하루 늦게 편집 방송을 했을 정도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MBC스페셜 <내 심장을 할 ‘Queen’> 편

그런 퀸이 이번엔 ‘제대로 된’ 관중을 만났다. 사실 대한민국의 2030은 음악이 가지는 즉흥적 매력보다는 소위 문법화된 음악만을 소비해온 측면이 강하다. 제작자에게 돌을 던지며 6분 짜리 싱글을 내겠다는 패기 있는 아티스트가 지금도 있을까? 만약 6분 짜리 음악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건 가수의 음악성을 확대 포장하고 싶은 제작자의 의도일 것이다. 어쨌든 지극히 자본화된 음악을 통해 소비 감성을 키워온 2030이 퀸을 통해 음악의 본질을 만났다고나 할까? 이는 마치 양식으로 생선회에 맛을 들인 사람이 자연산 생선회를 처음 먹었을 때나, 공장에서 찍어낸 합판 기타로 실력을 키워온 기타리스트가 올슨옹(翁)이 직접 손으로 깎아 만든 수제 기타를 연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런 신선함과 충격 같은 게 아닐까?

글을 쓰다 보니 살짝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진다. 하필 나는 왜 퀸을 퀸이라고 부를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났을까 하는. 퀸의 음악에 제대로 취할 수 있는 2030은 왜 살아 있는 프레디를 볼 수 없을까 하는. 왜 사람들은 우연의 결과를 필연으로 해석해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가 하는.

채희태 블로그 back2analog 운영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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