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나경원 의원이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나 의원은 투표권을 행사한 103명 의원 가운데 68명의 지지를 받았다. 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 오후 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최근 친박 발언으로 '신친박' 노선에 들어선 나경원 의원과 '비박' 김학용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맞붙었다. 나 의원은 103표 중 68표를 득표해 35표에 그친 김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꺾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연합뉴스)

나경원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계파 통합을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제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며 "이제 우리 한국당은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말 우리가 하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나서 신임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정용기 의원은 "모두 말씀드린 대로 이 계파 좀 끝내고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자는 충정 하나 밖에 없다"며 "의원들 잘 섬겨서 의원총회 때마다 말씀드렸던 투명성, 민주성 초심을 잃지 않도록 잘 모시면서 정책으로 강한 한국당을 만들어내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의 당선 소감과 달리 한국당이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결국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시한 '친박'의 영향력이 한국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경선이었단 평가다.

나경원 의원은 당초 비박계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다른 비박계 의원들과 달리 탈당하지 않았다. 당시 나 의원이 다른 의원들을 규합해 2, 3차 탈당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나 의원의 움직임은 없었다.

또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벌어진 나경원 의원의 행보는 '친박' 행보였다는 분석이다. 나 의원은 지속적으로 친박을 향해 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달 9일 친박계 윤상현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은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 감옥 가실 정도로 잘못을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지난달 28일 출마선언에서도 나경원 의원은 "지긋지긋한 계파싸움을 끝내겠다"고 했고, 친박계 의원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우파재건회의'가 나 의원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나경원 의원과 김학용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은 결국 친박과 비박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나경원 의원의 당선은 비박 성향의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당무감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이 "한국당 당무감사위가 현역의원 14명 교체를 권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오보다. 수치를 정해놓은 것 없다"고 했지만, 친박계 의원들에게 위기감으로 작용해 표를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국당은 친박이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었단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 공천에서 벌어진 '친박의 공천 학살'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원내대표 경선은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4·13 총선에서 공천학살로 많은 비박계 의원이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다수의 친박 초·재선 의원이 탄생했다. 이들의 표심이 나경원 의원을 향했다는 것이다.

원내대표 경선 직전 불거진 '친박 신당' 창당 가능성도 현역의원들에게 압박이 됐을 거란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6일 친박 홍문종 의원은 비박계가 당 대표, 원내대표로 선출돼 전권을 잡으면 "굉장히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11일자 조선일보 보도에서는 "이미 신당의 실체가 바깥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국당이 친박당임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라며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다는 게 확인된 선거"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조강특위의 당무감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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