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칼럼을 지면에 게재했다. 다수 언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사설·칼럼을 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관련 칼럼을 게재한 것은 처음이다.

11일자 조선일보는 38면에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거대 양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뭐가 두려운가> 칼럼을 실었다. 강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세미나, 토론회 등에 참여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학자다.

▲11일자 조선일보 칼럼.

강원택 교수는 이날 기고한 칼럼에서 "사실 미국 이외에 양당제 국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도 양당제가 아니다"라며 "복잡다기한 세상에 두 정당이 수많은 요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강원택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제도화한다는 점에서 양극적 대결 정치를 넘어서게 하는 좋은 방안일 수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두 정당에도 딱히 손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원택 교수는 "이 선거제도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우리 정치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며 정당의 공천문제를 거론했다. 강 교수는 "지금까지 공천은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되거나 나눠 먹기식으로 해왔다"며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공천 제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권자에게 명분을 갖고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택 교수는 "2년 전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요구했다"며 "선거제도와 공천 개혁이야말로 새로운 정치로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두 거대 정당의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여러 언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일간지를 기준으로 보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이 주축이 돼 오랜기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뤄왔다. 최근에는 보수언론도 가세했다. 중앙일보는 지속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정치개혁을 강조하고 있으며, 김진국 대기자가 여러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제도 개혁을 설파하고 있다. 동아일보도 최근 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만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올해 일간지들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보도 건수를 살펴보면 한겨레 140건, 경향신문 122건, 한국일보 88건, 중앙일보 72건 등인 반면, 조선일보는 47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정쟁의 소재로 활용했다. 지난 10월 23일자 김대중 고문 칼럼은 선거제도 개혁보다는 '반문연대' 구성에 힘쓸 때라고 주장했다.

김대중 고문은 "들리는 말로는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을 고쳐 집권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데 유리한 중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며 "지난 선거에서 적은 표차로 2등이 된 한국당으로서도 중선거구제는 솔깃하지만 결국 여당에 과반수를 넘겨주는 '50년 들러리'의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선거구제를 검토하는 것은 한국당이며 당시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발을 뺀 상황이었다.

틀린 사실관계를 근거로 김대중 고문은 "지금은 범야권이 서로 간의 다툼과 경쟁을 멈추고 문 정부와 대치할 때"라며 "통합이 안 되면 연합이라도 해야 한다. 내부의 정쟁은 그 이후에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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