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 독일, 일본, 대만의 디지털 성범죄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일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방안과 국제협력’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나카가와 후쿠토 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과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방안과 국제협력’ 국제컨퍼런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나카가와 과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가 부담하는 책임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넷 사업자가 디지털 성범죄 의심 게시물을 쉽게 삭제할 수 있도록 ‘임의적 정보 삭제’에 대한 처벌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나카가와 과장은 “인터넷 사업자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삭제할 때 여러 가지 법적 책임이 있다”면서 “하지만 인터넷 사업자가 (디지털 성범죄 의심 게시물을) 삭제할 때 책임을 지지 않는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카가와 과장은 “일본 정부는 ‘표현의 자유 억압’과 ‘디지털 성범죄 규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의 민간단체인 온라인불법유해정보상담센터·일본 인터넷핫라인센터(경찰청 출연기관)·세이프라인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다.

나카가와 과장은 “이들 민간단체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많은 성과를 보인다”면서 “민간에서 디지털 성범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카가와 과장은 “(민간과 정부의 협력은) 건강한 인터넷 환경이 조성되게 한다”고 강조했다.

미하엘 테어회어스트 독일 연방청소년유해미디어심의청(BPJM) 법률고문은 “디지털 성범죄를 유포하는 웹사이트 규제와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규제와 국제적 공조가 있어야) 디지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BPJM은 독일 정부로부터 유해 콘텐츠 보유 미디어 관리에 대한 행정 권한을 위임받은 규제기구다. 현재 BPJM이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대응을 맡고 있다. 미하엘 법률고문은 “BPJM은 검찰청·독일연방형사청·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 등과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서 유해 매체를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황친이 국장, 김영선 팀장, 전규찬 회장, 미하엘 테어회어스트 법률고문, 최진응 입법조사관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황친이 대만 국가방송통신위원회 국장 역시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해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서비스를 감독하는 독립적인 규제기관이다. 황친이 국장은 “국가방송통신위원회는 ‘대만여성구조재단’과 힘을 합쳐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배포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신속한 대응 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인간의 존엄성을 헤치는 사회적 해악”이라면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세계 각국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팀장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국가 간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뉴미디어 입법조사관은 “한국은 일본·대만·독일과 비교했을 때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 정보의 대상이 넓다”면서 “디지털 성범죄 정보가 뭔지 파악하고 범주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진응 조사관은 “일본의 경우 제삼자가 피해자를 알아볼 수 있는 게시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효율적이고 신속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차단이 가능하다”도 밝혔다.

최진응 조사관은 “일본·대만·독일의 경우 법적 의무를 강화하기보다 자율적 책임 강화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민간사업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진응 조사관은 “방통심의위의 경우 인터넷 사업자와 공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응 조사관은 “디지털 성범죄 정보에 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 유통되는 성범죄 정보는 해외 사이트에서도 유통되는데 국가 간 정보가 다른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최진응 조사관은 “(다른 국가에서 유포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과 관련한) 방통심의위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국가 간 협약 제정과 개별 국가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티고네 데이비스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은 “페이스북 역시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티고네 본부장은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정부, 관계기관과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주 방통심의위 위원(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장)은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이 올라오는 사이트가 주로 해외에 있으므로 국제적 공조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은 한 번 온라인에 올라가면 완전한 삭제가 안 된다”면서 “따라서 빠른 삭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주 위원은 “특히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 게시물을 삭제 요청해도 잘 지워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정주 위원은 “이제는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는 전향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여성이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 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개최한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방안과 국제협력’ 국제컨퍼런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실 부센터장은 “윤정주 위원의 지적을 공감한다”면서 “관계기관과 협조를 해 내년에는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승재현 부센터장은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의”라면서 “우리가 이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다 함께 손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디지털성폭력의 효율적 규제방안과 국제협력’ 국제 컨퍼런스는 방통심의위 주최로 5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토론은 ‘디지털성폭력의 실태와 대응 현황’·‘디지털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등 두 세션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세션인 ‘디지털성폭력의 실태와 대응 현황’ 토론에서 사회는 전규찬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이 맡았다. 발제는 김영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대응팀 팀장·나카가와 호쿠토 일본 총무성 종합통신기반국 과장·황친이 대만 국가방송통신위원회 국장·미하엘 테어회어스트 독일 연방청소년유해미디어심의청 법률고문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상윤모 호주 캔버라대학교 조교수와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여했다.

두 번째 세션인 ‘디지털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토론회 사회는 김세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이 맡았다. 발제는 도널드 브룩센 미국 국토안보부 한일지부장·멜리사 알바라도 UN 여성기구 매니저·림밍궉 유네스고 아태지부 고문·덴튼 하워드 국제인터넷핫라인 이사·안티고네 데이비스 미국 페이스북 글로벌안전본부장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윤정주 방송통심심의위원회 위원과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센터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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