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통심의위가 경찰의 ‘문재인 치매설·지상파 방송장악 문건’ 등 온라인 정보 삭제요청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시민 단체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와 오픈넷은 4일 성명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찰의 가짜뉴스대응 요청에 ‘삭제거부’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방통심의위에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설을 주장한 유튜브 방송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일간베스트 게시물 ▲지상파 방송장악 문건이 나왔다는 KBS 공영노조의 성명서를 담은 유튜브 영상 등 16건의 온라인 정보물에 대해 삭제요청을 했다. 사회의 공공질서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미디어스)

하지만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경찰의 삭제요청을 거부했다. 지난달 30일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경찰이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 14건에 대해 ‘해당 없음’ 결정을 내렸다.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당시 김재영 위원은 “이런 정보가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심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가짜뉴스 확산 문제를) 정보의 차단을 통해선 해결할 수 없다”면서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의 삭제요청 거부에 대해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와 오픈넷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4일 <방송통신심의위가 경찰청의 가짜뉴스대응 요청에 ‘삭제거부’한 것은 적절한 결정> 성명에서 “방통심의위가 삭제거부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했다고 판단한다”면서 “앞으로도 개인의 게시물과 개인방송에 대한 심의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독립적 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권센터는 “경찰청의 삭제요청은 최근 허위·거짓 정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방침에 대한 과잉 충성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개인방송에 대해 경찰 및 행정기관은 무분별한 심의요청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허위정보를 확인하고 분별할 수 있는 자율적 노력을 통해 허위정보를 걸러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공권력이 앞장서서 허위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와 오픈넷 CI (사진=언론인권센터, 오픈넷 홈페이지 캡쳐)

오픈넷은 4일 <방심위의 가짜뉴스 삭제요청 거부 결정을 환영한다> 성명에서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표현물을 일방적으로 삭제, 차단하는 가짜뉴스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면서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정부, 여당의 과도한 가짜뉴스 대응에 제동을 걸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근본적 의미를 숙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픈넷은 “통신소위는 허위정보라 할지라도 사회적 혼란 야기와 같은 모호한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함부로 삭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면서 “특히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허미숙·김재영·이소영 위원) 역시 ‘표현 내용의 타당성을 차치하고 국가기관이 허위사실이나 사회질서 위반을 판단하여 표현물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픈넷은 “정치적 견해를 떠난 진정한 진보적 결정”이라면서 “가짜뉴스 규제론이 횡행하는 가운데 규제기관에서 표현의 자유 의미 및 규제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한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넷은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이 앞으로 정부, 국회의 무분별한 가짜뉴스 규제론을 재고하는 선진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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