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천중구청(이하 중구청)이 추진한 신포 청년몰 사업을 두고 김홍섭 전 구청장의 '셀프 개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구청장은 재직 당시 자신이 보유한 관내 땅과 관련해 규제 완화에 나서는 등 '셀프 개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중구청 청년몰 사업 구획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이 동원됐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중구청은 청년몰 사업의 성공을 위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유치금으로 구 예산 2억 원을 집행해 논란이 일었었다.

'골목식당' 유치를 위해 2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중구청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최근 '혐의 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했다. "프로그램 협찬비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정황은 없었다.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그런데 미디어스 취재결과 중구청은 SBS에 2억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방송 종료 이후 지급하기로 계약한 1억 원의 잔금을 방송이 종료되기도 전에 미리 지출했다. 또 2억 원의 계약을 퀵서비스로 주고 받는가 하면, 사업부서(경제정책과)가 계약부서(재무과)와의 검토 과정도 없이 SBS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SBS 백종원 골목식당 인천편 방송화면 캡처

'김홍섭의 것', 중구 의회를 통해 제기돼

'골목식당'이 조명한 인천중구청 '청년몰' 사업 구획에는 김홍섭 전 구청장의 여동생과 그의 남편이 공동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지난 5년 동안 비어있던 건물로 인천 중구청은 '청년몰 지원'이라는 명분 하에 지난 1년간 3천만 원의 월세를 국비로 지급했다.

중구청은 청년몰 사업을 위해 사업구역을 확보해야 했다. 이를 위해 중구청은 판매형 부스 7개와 공용부지, 2층형 건물 3개 등 총 5개의 사업구역을 확정했는데, 이 중 2층형 건물 1개의 건물 명의가 직전 구청장인 김홍섭 전 구청장의 여동생 김 모씨와 남편 임 모씨의 공동명의 건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몰 사업의 기본 취지는 청년상인에 대한 지원이다. 때문에 상가 임대료를 1년 간 국비로 지원하게 되어 있다. 이 건물에 지급된 국비는 3천만 원, 더 큰 문제는 이 건물이 지난 5년간 공실이었다는 점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달 말에서야 활용되기 시작했다. '골목식당' 방송 전후로 청년몰 주변 건물의 시세가 2배 수준까지 오른 것을 고려하면 해당 건물 역시 단기간에 건물 가격이 급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건물이 '김홍섭의 것'이라는 의혹은 중구의회를 통해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열린 중구청 행정감사에서 정동준 인천중구의원은 해당 건물이 김 전 구청장의 건물이라는 얘기를 주변 부동산 등에서 확인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10월 26일 열린 중구의회 주민복지건설위원회에서도 정 의원은 "00-0번지 건물은 신포청년몰 안에 들어가나. 이 건물 말고도 다른 점포가 있었다. 솔직히 한 번 얘기해보자. 그 건물은 누구의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김홍섭 전 구청장은 재직 시절 '셀프 개발'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인물이다. 지난 9월 SBS 탐사보도팀 '끝까지 판다'에 따르면 김 전 구청장은 2015년 말 인천 공항철도 운서역 남측 상업지구에 중구 관내 땅 1900여㎡을 사들였다. 이후 중구청은 시급한 현안 중 하나라며 운서역 남측 지역 활성화를 위한 특화거리 조성 연구용역을 인천연구원에 의뢰했다. 이 땅은 2016년 21억 원이었는데 2년 만에 37억 원으로 올랐다. 이 땅에서 특화거리는 400m도 안 됐다.

유사 사례는 또 있다. 김 전 구청장은 월미도 개발구역 가운데 두 곳에 땅 4300여㎡을 가지고 있다. 땅 주인들에게는 건축물 고도제한 해제가 중요한데 김 전 구청장은 2000년 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월미도 고도제한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시에 의견을 제출하는 등 고도제한 해제에 적극 나섰다. 실제로 월미도 고도제한은 2007년 최고 3층에서 9층으로, 2017년 최고 17층으로 풀렸다. 김 전 구청장의 보유 토지 신고액은 지난 4년 임기 동안 49억 원에서 158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신고액의 94%는 관내 땅이었다.

이 같은 사례를 고려하면 청년몰 사업에서 김 전 구청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신포 청년몰 사업을 총괄 추진한 채 모 과장은 김 전 구청장의 비서실장이었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인천중구청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담당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 여동생 명의의 건물에 대해 "청년물 활용 건물은 맞다. 국비로 임대료가 나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동생 건물인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안이다. 사업을 하면서 등기부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어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실 건물에 3천만 원의 임대료를 지급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청년몰을 조성하려면 공실 상가를 활용해야 한다. 청년상인 모집과정에서 20명이 확보가 안 돼 입점을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서와 달리 잔금 처리가 일찍 처리된 부분에 대해서는 부서 실적 이해관계에 따른 '신속집행'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2년 12월 .19일 인천 중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홍섭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시 중구 답동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연합뉴스)

골목식당 잔금, 종영 전에 지급

이 같은 정황 속에 중구청의 '골목식당' 유치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지점들도 추가로 확인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골목식당' 관련 인천중구청과 SBS가 4월 9일 맺은 '제작협찬계약서'에 따르면 중구청은 계약 체결 후 계약금으로 일금 1억 원을 SBS에 입금하여야 하며, 프로그램 종료일로부터 14일 전까지 잔금 1억 원을 지출해야 했다. 당시 경제정책과가 계약금 조달을 위해 타부서에 예산 협조를 구하는 문서에도 "잔액은 방영종료 후 지급"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중구청 경제정책과는 '골목식당' 인천 편 첫날인 7월 27일 SBS에 잔액 1억 원을 지급했다. 인천 편 종료일은 8월 17일로 방송이 다 나가기도 전에 잔금이 치러진 것이다.

담당과는 일반 계약절차와 달리 SBS와 직접 계약을 맺었다. 통상적으로 공공기관의 계약은 사업부서가 아닌 계약부서를 통해 진행하게 돼 있다. 지자체의 경우 재무과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구청 재무과 관계자도 통상적인 계약절차를 묻는 질문에 "일반적인 계약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계약부서에서 계약을 하고 계약절차에 맞춰 지출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런데 이런 홍보와 관련된 예산은 협상에 의해서 가능할 수도 있다. 특수한 경우가 되겠고,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측의 계약은 '퀵서비스'로 이뤄졌다. 지난 15일 열린 인천중구의회에서 이종호 의원은 계약 진행 절차를 물었다. 이에 채 모 중구청 경제정책과장은 "책상에 마주앉아서 하지는 않았다"고 답했고, 재차 이 의원이 계약서 전달이 어떻게 이뤄졌느냐고 묻자 채 과장은 "퀵서비스를 이용해서 전달했다"고 답했다. SBS가 계약서에 대표이사 직인을 찍어 중구청에 퀵으로 보냈고, 이를 중구청이 받아 구청장 직인을 찍은 뒤 계약서 한 부를 SBS에 보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저는 계약만 수십 년간 한 사람이다. 2억이라는 세금이 지출되는데 계약서를 퀵서비스로 주고받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나"라며 "몇 십만 원이 나가도 어떤 절차를 거쳐서 나가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퀵으로 계약서가 왔다갔다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구청 담당자는 퀵서비스로 계약서가 오간 것에 대해서는 "도장을 찍는 건 요식행위다. 계약 내용은 기관 대 기관이 사전 협약을 다 한 것이다. 왜 문제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고, 계약부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맺은 계약이라는 지적에는 "재무과를 통해 계약 의뢰를 하고, 재무과에서 접촉해 계약을 맺는 일반적인 용역형식이 아닌 필요에 의한 협약 사안"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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