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정보도문을 신문 1면·정기간행물 첫 지면·방송 뉴스 첫 리포트·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강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사의 허위보도 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정보도문을 보다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알려야 한다”면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정정보도는 진실되지 않은 언론 보도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 중 하나다. 언론사가 자사 기사의 내용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정정보도문 등 작성에 관한 세칙’에 따르면 정정보도문은 정정 대상 기사가 보도된 지면에 게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방송 뉴스는 정정보도의 리포트 순서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정정보도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정보도문은 보통 2단락으로 이뤄지는데, 크기가 작아 독자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 뉴스의 경우 프로그램 말미에 정정보도 사실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

▲10월 27일 조선일보 5면

실제로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과 피해자에 대한 비판기사를 한 지면에 실은 적이 있었다. 10월 19일 대법원은 ‘지율스님이 천성산 터널 공사 반대 단식을 하고 환경 단체의 공사 중단 가처분 신청을 해 6조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허위라고 판결했다.

같은 달 27일 조선일보는 5면 우측 하단에 <도롱뇽 탓에 늦춘 천성산 터널…6조원 넘는 손해 관련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가 같은 면 머리기사에 게재한 기사는 <지율이 “말라붙는다”며 단식한 천성산 습지, 살아 숨쉰다>였다. 지율스님과 관련된 정정보도문을 낸 지면에 지율스님 비판기사를 함께 게재한 것이다.

이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사가 정정 보도를 할 때 정정보도문을 신문 1면·정기간행물 첫 지면·방송 뉴스 첫 리포트·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강제하는 내용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박광온 의원은 “언론사의 정정보도는 공정한 여론형성이 이루어지도록 사실 공표 또는 보도가 이루어진 같은 채널·지면·장소에서 같은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광온 의원은 “그런데 잘못된 보도로 인하여 피해를 본 경우, 잘못된 사실을 전한 기사는 대서특필되어 이미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명예훼손을 준다”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정정보도는 가급적 작은 지면으로 게재하거나 해당 방송의 종료 직전에 방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광온 의원은 “대다수의 독자나 시청자가 정정보도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언론사 등의 허위보도 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정보도문을 보다 실효성 있는 방법으로 널리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신문 지면 정정보도문 예시 (사진=언론중재위원회)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방송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은 사실 공표 또는 보도가 이루어진 채널의 프로그램 시작 시 자막과 함께 통상적인 속도로 (정정보도문을) 읽어야 하고 ▲신문은 첫 지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해야 하며 ▲잡지 등 정기간행물은 광고면을 제외하고 본문이 시작되는 첫 지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해야 하며 ▲뉴스 통신·인터넷신문은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해야 한다. 또 이를 어길 시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벌칙 조항도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피해 구제가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처장은 “정정보도를 한다는 것은 법원의 판결이 나왔거나 언론사가 자신의 보도가 허위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정정보도가 실효성 있게 행해지지 않았던 경우에 비춰봤을 때 정정보도문 위치를) 강제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찬 처장은 “다만 편집권 침해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찬 처장은 “정정보도는 언론사가 언론 자유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서 “언론이 자신이 누리는 자유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