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 남발을 경계한다.
-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에 대한 부당 판결을 규탄하며 -

최근 들어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도처에서 발발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에는 법원이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 51부(부장판사 박정헌)는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책임 PD 이영돈, 금 오후 10시, 이하 소비자고발) ‘충격! 황토팩에서 중금속 검출’편(2007년 10월 5일 방영)에 대해 방송금지가처분에 대한 집행문부여신청을 받아들여 “KBS는 ㈜참토원에 3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참토원은 지난해 10월 <소비자 고발>에서 '황토팩이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낼 경우 제품 매출과 업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리고 법원은 ▲중금속 허용치 및 측정 방법이 공식적으로 정하여진 바 없고, 화장수 등과 혼용하여 사용할 경우에는 식양청 고시의 허용치를 초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히지 아니한 채, 황토화장품에서 납․비소 등 중금속의 함유량이 고시의 허용치 등 일체의 기준을 초과하였다는 취지의 내용 ▲부작용 내지 중금속이 허용치 이상 검출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주)참토원의 제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의 노출 ▲ 중금속의 함유량, 노출 정도와 상관없이 인체에 유해한 결과 내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단정적인 ! Η ▲인체와 동물은 중금속 흡수율이 다르다는 점을 밝히지 아니한 채 쥐에 대한 황토팩 제품 실험결과를 밝히는 내용 등 4가지를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소비자 고발>은 이러한 결정에 따라 방송을 내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참토원 측은 위 내용을 <소비자 고발>이 위반했다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에 대한 집행문부여신청을 했다. 게다가 <소비자 고발>의 내용 전체가 오보라는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위 가처분 내용도 면밀히 살펴보면 표현상의 문제에 대한 제한이지, <소비자 고발>의 취재 내용 자체에 대한 제한은 아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주)참토원 측의 언론 플레이에 부화뇌동하여 확인없이 <소비자 고발>의 내용이 허위인 양 매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재판부도 위 4가지 가운데 어떠한 부분을 위반했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주)참토원측의 주장에 동조하여 KBS에 대한 3억 원 배상을 결정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과연 해당 <소비자 고발>을 시청하였는지 말이다. 분명 <소비자 고발>은 반복적인 리포트와 자막을 통해 표현을 절제하며 가처분 요건을 충족한 채 방송을 했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재판부의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게다가 담당판사는 ‘PD들이 왜 모든 것에 전문가인 것처럼 판단하려 하는가’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며, “PD가 신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해당 판사의 발언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이 어디 PD 개인의 주장인가? 기본적으로 충분한 사실관계의 파악과 사전 조사, 전문가 견해 및 해외 사례 등에 대한 오랜 기간의 취재와 조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판결을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무분별한 ‘방송금지가처분신청’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려는 기업의 만행, 그리고 정확한 판단 없이 이를 수용한 재판부로 인해 유발된 제작 자율성을 침해 사건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으로 판단한다.

국민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포함해 사회현상 모두에 대한 알 권리가 있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이번 <소비자 고발>도 소비자의 건강과도 관련된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였고, 소비자들은 이를 알 권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체나 재판부가 소비자의 권리와 언론의 임무를 무시한 채, 이를 왜곡하거나 부당한 판결을 내린 것은 민주사회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비자인 국민은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엄정하게 문제제기를 하며, 이번 사건이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한다. 또한 (주)참토원도 진실에 대한 접근을 왜곡하거나 차단하지 말고, 소비자를 위해 스스로 나서 진실을 밝히라고 촉구한다. 우리는 석연치 않은 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취재와 추적을 지속할 것이며, 그 진실을 소비자인 국민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것이다.

2008년 1월 11일
한국 PD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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