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인트로였다. 누군가에게 쫓기던 세주는 기차 안에서 저격당했다. 중요한 존재가 첫 회 시작과 함께 사망하는 말도 안 되는 전개는 허망하거나 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망했지만 사망할 수 없는 세주가 만든 세상. 그 세상 속으로 들어온 이들의 피 말리는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증강현실게임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송재정 작가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향하는 기차. 침대칸에 급하게 뛰어든 세주는 불안하다. 바르셀로나 기차 역 근처에서 진우에게 전화를 하던 세주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모습이었다. 힘들게 기차에 탑승하기는 했지만 불안은 여전히 세주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해 침대칸 문을 여는 순간 총을 든 누군가에 의해 세주는 쓰러진다. 그렇게 모든 것은 끝나는 것일까? 신기하게도 같은 침대칸에 있던 승객은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다. 현장에서 살해당했다면 엄청난 흔적들로 누구나 알 수 있었을 텐데 그곳은 너무 깨끗하다.

tvN 새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IT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진우는 바르셀로나 출장을 와서 이상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단잠을 깨우는 그 전화를 건 것은 사라진 세주였다. 진우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가 전화를 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친구였지만 이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적이 된 형석의 이름이 세주의 입을 통해 나왔기 때문이다.

통화를 한 세주는 형석이 자신에게 100억을 주겠다고 했단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공동 창업을 했지만 이제는 경쟁사의 대표인 형석에게 놓칠 수는 없다. 형석이 100억을 주겠다는 말을 할 정도면 사업 아이템이 얼마나 대단할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자신에게 보냈다는 메일을 확인한 진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던 잠도 포기하고 그라나다로 급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메일 안에 다 담겨 있었다. 도저히 놓칠 수 없는 놀라운 내용이 메일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세주가 지정했던 보니따 호스텔을 찾았다.

낡은 호스텔. 그것도 모자라 엘리베이터도 없이 6층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먼지가 가득하고 쥐까지 다니는 말도 안 되는 공간. 변기까지 고장 나 있고, 휴대폰 충전도 불가능하다. 평생 처음 보는 엉망인 방이다. 1층까지 내려와 충전을 한 진우는 놀라운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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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사에서 메일로 온 AR 게임 로딩을 시작하며 진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한 증강현실게임에 들어서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건물이 파괴되어 쏟아진 건물의 잔재를 만져봤더니 진짜였다.

철갑을 두른 말을 타고 진우 앞에 등장한 기사. 그렇게 쓰러진 기사는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동상이 살아 움직이며 자신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 놀라운 상황에 당황한 진우는 행복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정도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니 말이다.

100억에 사고자 했던 이 게임을 진우는 100조짜리 프로젝트라 생각했다. 이 정도 증강현실게임이라면 100조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현실과 게임의 경계를 오가는 그 극강의 체험에 진우는 무조건 이 계약을 따내고 싶다. 최소한 형석과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100조 가치가 있는 게임을 확보하기 위해 날이 선 진우는 히스테리를 부렸다. 보니따 호스텔에 오는 순간부터 이곳이 싫었다. 세주가 이곳을 지정했기 때문에 떠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 중요한 통화 중 화재 경보에 화가 난 진우는 희주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막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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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낼 수 있는 모든 말들로 공격을 한 후 희주가 어떤 존재인지 진우는 알게 되었다. 은밀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이를 통해 진우는 세주란 인물이 17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계약을 한다고 해도 미성년자와 계약이 불가능하다. 부모가 돌아가신 세주를 대신해 계약을 할 수 있는 인물은 누나인 희주가 유일하다.

절대적인 존재인 희주에게 다시는 보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고 악담을 다 쏟아낸 진우로서는 난망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공학박사 시절 심심풀이로 시작한 사업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한 진우이지만 가장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했다.

같은 공학박사로 창업을 함께한 절친 형석은 회사 주도권 싸움을 하다 밀려 나갔다. 그리고 진우의 아내와 결혼했다. 가장 믿었던 두 사람에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진우는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재혼한 아내와도 이혼 중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낙은 일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 만큼 뛰어난 게임을 발견했다. 이것을 다른 사람도 아닌 형석에게 빼앗긴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기묘한 게임과 현실이 혼합된 세상은 놀랍도록 매력적으로 시작되었다.

tvN 새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만화와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를 담은 <W>의 송재정 작가가 이번에는 ‘현실증강게임’으로 돌아왔다. 전작보다 농익은 이야기와 매끄러운 CG로 무장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대박 드라마 조짐을 보였다. 다른 게임도 아닌 현실증강게임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의 발전된 형태다. 이 게임으로 인해 '현실증강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VR게임이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린 근미래 진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현실증강게임'의 세계와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회이지만 이야기 짜임이 좋았다. 그리고 흠잡을 데 없었던 CG는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도왔다. CG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CG는 중요했다. 글로 쓰인 상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주느냐가 이런 드라마에서는 중요한데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최소한 CG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게임과 현실은 영화나 소설에서도 익숙하게 다뤄왔다.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냐가 경쟁력이다. 그런 점에서 송재정 작가는 전작인 <W>를 능가하는 성장을 보여주었다.

<나인>과 <인현왕후의 남자>를 통해 시간 여행에 탐닉하더니, <W>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통해 새로운 장르적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만화와 현실의 결합을 넘어 이제는 현실증강게임이라는 미래의 가치를 가져와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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