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제작현장 턴키계약 근절을 촉구하고, 개별계약을 요구해야 한다며 현장 방송 스태프들을 설득한 방송스태프노조 조합원들의 일감이 돌연 끊겼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드라마 제작현장 블랙리스트'가 작동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전국영화산업노조(위원장 안병호),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조합원들에 대해 차기 드라마제작에서 배제하는 등 '드라마제작현장의 블랙리스트'마저 작동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턴키계약 등으로 프리랜서와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방송 스태프들에게 개별 근로계약을 요구해야 한다고 설득했던 노조 간부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수 개월 째 일감이 끊긴 채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전국영화산업노조(위원장 안병호),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은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조합원들에 대해 차기 드라마제작에서 배제하는 등 '드라마제작현장의 블랙리스트'마저 작동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제공)

추혜선 의원은 "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부당하게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턴키 계약이 아니라 개별 근로계약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배제였다"며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근로계약 요청에 다음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어 추 의원은 "4번의 기자회견을 했다.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정부와 방송사가 외면하지 마시기 바란다. 오늘의 요구를 (방송)영상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국정감사를 통해 국무조정실장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를 이끌어달라고 했는데 답이 없다. 국무조정실장은 앞장서서 이 문제를 챙겨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턴키계약'은 조명팀, 동시녹음팀, 그립(특수장비)팀, 미술팀의 경우 용역료 산정기준 없이 총액만을 명시하는 일종의 도급 계약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방송제작 특성상 사용자성이 각 팀의 팀장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제작사에 있어 '위장도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스태프지부가 턴키계약 근절에 나서자 제작사들이 노조 간부급을 대상으로 차기작품 계약진행을 하지 않고, 영화·광고 산업에 종사하는 스태프들을 데려와 턴키계약을 맺고 있다는 주장이다.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경우 긴 방송제작 경력을 가지고 있는 스태프들로, 별다른 이유 없이 계약에 차질을 빚는 경우는 처음 겪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소속의 한 스태프는 당초 일하기로 했던 작품마저도 돌연 들어가지 못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송스태프지부와 영화산업노조는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이 같은 '꼼수'를 차단하기로 했다. 방송제작현장의 장시간 노동과 턴키계약에 두 노조가 공동대응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우려했던 것과 같이 턴키 계약을 반대하는 스태프들을 일에서 배제하고 영화산업이나 광고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섭외해 기존 턴키계약을 맺어 제작하는 드라마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영화산업노조와 업무협조를 통해 턴키계약 관행을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안병호 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드라마제작사가 방송스태프들이 개별 계약을 요구하니 다른 사람을 알아보기 위해 영화·광고팀을 섭외해 어쨌든 방송을 진행시켜려고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이제 그런 방송은 지속되어선 안 된다. 방송스태프지부와 공동대응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대로 있다가는 앞장서서 제작현장을 개선하려했던 스태프 노동자들만 업계에서 퇴출되겠다 싶어 노조가 방송사와 드라마제작사에 수차례 면담을 요구해도 돌아온 대답은 ‘거절’이었다"며 "그러면서도 스태프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처우개선을 위해 중간광고가 필요하다고, 노동시간 단축을 재고해야 한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이것이 방송정상화를 이야기하는 공영방송사와 한류콘텐츠를 자랑스러워하는 드라마제작사들의 진짜 얼굴"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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