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아시아경제가 단독 보도한 청와대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가 가짜뉴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해당 문건은)안보실에서 만든 게 아니다”라면서 “내용·형식·서체 모두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유력 경제지가 가짜뉴스에 속은 모양새다.

지난 26일 아시아경제는 <“한미동맹 균열 심각”...청의 실토> 보도를 냈다. 아시아경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정세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청와대가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정체 국면에서 지난 수개월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신이 급증하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의 26일자 '이상 무 외치던 청,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 보도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보고서에는 ▲남북 군사합의서가 사전에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시간이 갈수록 참여정부 2.0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제재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인식을 미국이 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원만히 해결하거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시아경제는 “청와대 관계자는 보고서에 대해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보도가 나간 후 청와대는 즉시 반박에 나섰다. 김의겸 대변인은 “(해당 문건은)청와대나 안보실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용이나 서체 모두 그렇다. 청와대에서 어떤 형식의 문건을 만들든 무단으로 복사 반출할 수 없고,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워터마크가 찍힌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 문서를 보도한 언론사에서 출처를 밝혀달라”면서 “저희도 누가 이런 문서를 만들어 유포했는지, 출저를 파악하고 있다. 가능한 조처를 모두 취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JTBC는 해당 문건이 청와대 안보실을 사칭한 가짜 메일이라고 보도했다. JTBC는 26일 <청와대 안보실 사칭 '가짜 메일' 다량 유포…누가 왜?> 보도에서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은 지난 17일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 서모 씨 명의로 보내진 이메일에 첨부된 것과 같은 제목”이라고 밝혔다.

▲JTBC의 26일자 '청와대 안보실 사칭 '가짜 메일' 다량 유포…누가 왜?' 보도

JTBC는 “메일을 보면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과) 같은 제목의 PDF 파일이 첨부돼 있고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고 적혀있다”면서 “하지만 연구원 이름을 사칭한 가짜 메일이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의 출처는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의 명의를 도용한 가짜 메일이며, 첨부된 문서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권희석 비서관의 이름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아시아경제가 무슨 근거로 문건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청와대가 문건의 존재 사실을 부인했으면 다른 확실한 경로를 통해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아시아경제가 어떤 경로를 통해 해당 문건을 입수했고, 어디서 확인을 받았는지 독자에게 알려줘야 책임있는 언론사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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