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여당 추진안에 따르면 '데이터 규제 혁신'이라는 명분 하에 기업들은 '가명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경우 국민의 정보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열고 "개인정보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추가정보를 사용하지 않으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인 '가명정보'를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당정협의를 열고 "개인정보 활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며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도 보도자료를 내어 "데이터 규제 혁신과 개인정보 보호 거버넌스 체계 정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각각 발의되었다"며 "빠른 시일내 입법 완료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데이터 경제활성화 규제 완화를 시사한 바 있다.

당정은 '가명정보'를 처리할 때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의 형사처벌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전체 매출액 3%의 과징금 등을 부과해 개인정보 활용 주체의 책임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정보 오남용 및 유출 등에 대한 감독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원화하고, 그 위상을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해 재정과 인사권의 독립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그러나 당장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하는 비판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진보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0개 시민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안은 빅데이터 활성화를 명분으로 기업 간 고객정보의 무분별한 판매와 공유를 허용하는 법안으로서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식별조치된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판매하거나 공유할 경우 정보 취합으로 개인이 특정될 수 있다는 우려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진보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0개 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들 시민단체는 "IMEI(휴대전화 단말기 식별번호)나 IP주소와 같이 직접적인 개인 식별이 힘들더라도 제3자가 개인식별이 가능한 결합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개인정보로 보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정부안은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을 식별할 수 없으면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많은 개인정보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권한과 위상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안은 행안위와 방통위가 지닌 감독권한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지만 "개인신용정보 활용에 앞장서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권한은 그대로 놔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법령개선, 정책·제도·계획 수립·집행 등 대부분의 감독권은 국무총리가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위원회의 독립성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