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련된 판사들의 ‘탄핵 소추’를 검토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는 “동료 판사 탄핵 촉구한 판사”·“판사들 정치 대란”이라며 탄핵 소추 검토 의결을 부정적으로 다뤘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법원행정처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은 판사들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 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사법 농단에 관여한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일보 11월 20일 1면 '동료 판사 탄핵 촉구한 판사들'

조선일보는 <동료 판사 탄핵 촉구한 판사들> 보도를 1면에 내세웠다. 2면 '야간고 출신 대법관 신화,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다' 기사를 통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의 ‘신화’를 조명했다. 박병대 전 처장은 사법 농단의 윗선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선일보는 “그는(박병대 전 처장) 한때 대법원장 물망에 올랐던 법관”이라면서 “법원 행정의 달인이란 말을 들었고, 재판도 잘한다는 평을 들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한 판사의 말을 인용해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모든 대법원장이 함께 일하고 싶어 했던 법관”이라고 평가했다.

박병대 전 처장의 개인사도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그의 어려웠던 성장 과정도 판사 사회에선 늘 얘깃거리가 됐다”면서 “자식이 없던 독지가 부부를 양부모로 모신 그는 주경야독 끝에 환일고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판사가 됐다”고 썼다.

▲조선일보 11월 20일 3면 '야간고 출신 대법관 신화,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다'

조선일보는 “그는 양부모의 은혜를 잊지 않았다”면서 “결혼식 때도 친부모와 양부모를 함께 모셨고, 양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상가를 지켰다”고 전했다.

3면에선 <“여론 감안해 탄핵해야” “근거가 여론? 정치인이냐” 판사들 격론> 기사를 통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전체회의의 분위기를 전했다. 기사 제목에선 양쪽 입장이 공평하게 들어갔지만, 본문에선 탄핵 반대쪽의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탄약에 찬성하는 판사들은 ‘사법부를 불신하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 ‘사법부가 탄핵 건의로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는 문장을 제외하고 기사 대부분이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제 ‘탄핵’까지, 판사들 정치 대란 어디까지 가나> 사설에선 전국법관대표회의 결과를 정치 대란으로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판사들이 국회에 동료 법관을 탄핵해달라고 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탄핵 대상 판사를 가려내기 위한 조사가 또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1월 20일 사설 '이제 탄핵까지, 판사들 정치 대란 어디까지 가나'

조선일보는 “법관대표회의에선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판사들끼리 고함을 지르고 맞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면서 “그만큼 판사들 사이의 갈등이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앞으로 탄핵 논의가 진전될수록 판사들의 반목과 내홍으로 사법부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사실상 혼돈 상태로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동아일보 등은 사법부의 자성을 요구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한겨레는 <법관들의 ‘탄핵’ 촉구, 이제 국회가 답할 때다> 사설에서 “법관들을 대표하는 공식기구가 탄핵의 필요성을 확인한 것은 검찰 수사만으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자각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농단 판사’ 탄핵으로 단죄하라는 법관들의 선언> 사설에서 “늦었지만 일선 법관들이 스스로 환부를 도려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첫 법관 탄핵촉구 의결, 길고 험한 진통의 시작> 사설에서 “엘리트 법관들의 일탈로 법원행정처가 로비 창구처럼 변질되는 바람에 검찰 강제수사에 이어 법관에 대한 탄핵 촉구까지 나온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사법부가 끝을 알기 힘든 불신의 터널 속에 갇혀 있지만 공정한 재판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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