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에 이어 바른미래당까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오전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하는 손학규 대표(오른쪽)와 김관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20일 오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잇따라 열렸다. 오전 9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동참하기로 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총에서 치열한 의견 교환 끝에 결론적으로 국조 관철 전까지 국회 일정에 전면적으로 협조할 수 없다는 보이콧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예산심사, 법안심사에 있어서 민생을 막아서는 민주당의 행태를 바른미래당이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꽉 막힌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협력할 때"라고 밝혔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현재 민주당을 뺀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4개 정당이 모두 국조에 찬성하고 있다"며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조를 거부하면서 국회를 파행하게 하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동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떠한 협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고용세습과 사립유치원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도 오전 9시30분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정조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일부 서울 중진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저지하려는 저의는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고용세습 국조는 청년들이 일할 기회를 박탈한 노조의 갑질"이라며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해 청년들에게 기회를 돌려주는 게 국회의 중차대한 책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의총 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권력형 채용비리 국정조사 실시하라' 피켓을 들고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명분도 없이 국회를 파행시키고 책임은 정부·여당에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고, 한정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국당은 20대 국회 들어 15번의 보이콧을 했다"며 "취미가 국회 보이콧이냐, 이쯤 되면 병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문희상 의장이 각당 원내대표와 잇따라 면담 일정을 잡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국회 정상화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날 오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만나고 나오면서 "(한국당이) 세게 나가든 약하게 나가든 야당에서 합리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그런 주장을 하면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거기다가 느닷없는 사립유치원 국정조사 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사립유치원은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사보타지에서 지금 법안처리조차 중단돼 있는 거 아니냐"며 "12월 초나 돼서 안 낼테니까 기다려달라는 건데 갑자기 또 사립유치원 국정조사를 해야 하는지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희상 의장은 오전 홍영표 원내대표에 이어 오후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를 면담하고 중재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성태, 김관영 원내대표는 문 의장에게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2019년도 예산안 심의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르면 다음달 2일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예산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당장 여야는 예산결산소위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행상 예결소위는 15인으로 구성돼 왔다. 민주당은 다당제가 만들어진 만큼 16인으로 예결소위 정원을 늘려 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소위를 구성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은 관행에 따라 15인으로 하고, 비교섭단체를 배려하려면 민주당 몫에서 양보하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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