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17일 박원순 시장이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보수언론은 연일 '자기정치'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먼저 보수언론이 박원순 시장이 ‘자기정치’를 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생산된 문제제기를 자유한국당이 받는다. 그리고 다시 보수언론이 그 발언을 재생산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일자 조선일보는 5면에 <박원순 親勞 행보에…與 친문 "자기 정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19일 정치권에서 박원순 시장의 한국노총 집회 참석을 두고 벌어진 '자기정치' 논란을 전했다.

▲20일자 조선일보 5면 보도.

조선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친노조 행보'가 여권 내에서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박 시장이 청와대와 여당 핵심부의 기류와 달리 노동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자 민주당 주류 세력인 친문을 중심으로 "지나친 자기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야당도 '대통령병 환자"라며 박 시장을 공격했다'"며 "그러자 박 시장은 '제가 신경 쓰이긴 하나 보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친문 의원들은 '청와대와 당이 노동계와의 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자기 정치를 하러 갔다'고 했다"며 "하지만 비문계에선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아니냐' '친문이 너무 예민하게 군다'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야당은 박 시장을 겨냥해 '노골적 대권 행보'라고 했다"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다가 낭패를 본 경기지사를 잘 돌아보라'며 '민주당 동지들에게 너무 서운하게 하지 말라. 틀림없이 (이재명 지사) 다음 차례는 박 시장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행된 기사만 보면 조선일보는 박원순 시장의 한국노총 집회 참석을 두고 여권 내부와 야권의 반응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이 논란을 야기한 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이다.

▲19일자 조선일보 4면 보도.

19일자 조선일보는 4면에 <박원순, 文정부 규탄 노조 집회 참석> 기사에서 박원순 시장의 집회 참석을 두고 친문 진영에서 문제제기가 있다는 '갈등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탄력근로제 확대 등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조 집회에 참석했다"며 "여권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박 시장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박 시장은 올 들어 여의도·용산 개발, 그린벨트 해제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박 시장은 무대에 올라 '나는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서울시는 그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노동이사제 등을 실시했고, 앞으로 더 나아가 노조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이 편안한 시를 만들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박 시장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특히 민주당 주류인 '친문' 진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마당에 관련 책임자 중 한 사람인 박 시장의 집회 참석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19일자 중앙일보 4면 보도.

중앙일보도 이 논란에 한몫 했다. 중앙일보는 <정부·민주노총 대치 국면에 노동계 편든 박원순 시장> 기사를 게재하고 "여권에선 특히 박 시장의 행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이 노동계의 반발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당 소속 서울시장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나가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노총의 탄력근로 규탄 집회에 선 박원순의 '자기정치'> 사설에서 "박 시장 밑에서 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최근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며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과연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박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지만, 그는 이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9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박 시장은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도 연설에선 쏙 빼놓았다"며 "그냥 집회 참석만으로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만 연출한 것이다. 전형적인 '자기정치'가 아닐 수 없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에서조차 '안 그래도 당이 강성 노조 때문에 힘든데 박 시장이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결코 무리는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자기정치는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일보·중앙일보 보도 후 같은 날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원순 자기정치에 대한 비난이 등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요즘 자기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며 "본인이 대통령병 환자가 아닌 이상, 한때는 서민 체험하겠다고 뜬금없이 삼양동 옥탑방에 올라가더니, 이제는 노조집회 나가서 '나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다'고 외치는 모양새가 본인이 생각해도 너무 노골적이고 아직 시기상조는 아닌지 보는 이들조차 민망하고 제1야당도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기정치를 심하게 하다가 지금 낭패 보고 있는 경기도지사 잘 돌아보시길 바란다"며 "지금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하자고 그렇게 야당이 지금 사실상 내년도 예산심사까지 하면서 제일 큰 이슈로 떠올라서 민주당이 곤혹스럽게 이거를 방어하느라고 땀 뻘뻘 흘리고 있는데 그 뭇매를 감당하고 있는 민주당 동지들 앞에 너무 서운하게 만들지 마시라. 제가 볼 때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다음차례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제가 한국노총 집회에 참석한 것이 자기정치고, 다음은 박원순 차례라고 악담과 저주를 쏟아 부었다"며 "최근 저를 타겟으로 한 일부 언론과 보수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는 것을 보니 제가 신경 쓰이긴 하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쓸데없고 소모적인 '박원순 죽이기' 그만하기 바란다"며 "우리당과 저를 이간질 하려는 시도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는 일일이 대꾸하는 것조차 민망하여 참고 또 참았으나, 이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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