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전 관전평 말미에서 두산과 롯데가 2승 2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2연승 뒤 2연패한 롯데가 심리적으로 쫓길 것이며, 5차전 선발 송승준이 초반에 무너질 경우 승부가 쉽게 갈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송승준은 1회말부터 2개의 사사구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더니, 2회말 용덕한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두산에 내줬습니다. ‘상대 포수에게 맞지 말라’는 야구 속설과 용덕한의 타순이 9번이었음을 감안하면 송승준의 투구는 준플레이오프 1선발답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회말 2실점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3회초 롯데는 반격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연속 안타와 전준우의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무사 1, 3루의 동점 내지 역전을 바라볼 수 있는 호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황재균의 3루 땅볼에 3루 주자 전준우가 홈에서 횡사했는데, 무사였기에 무리하게 홈 쇄도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황재균의 땅볼 타구가 느렸기에 전준우가 3루에 머물러도 5-4-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연결되기 어려웠습니다. 즉 전준우가 홈을 파지 않았다면 1사 2, 3루 혹은 1사 1, 3루의 기회가 상위 타순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준우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롯데는 공격의 맥이 끊겼고 폭투로 1득점에 그치며 동점조차 만들지 못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1회말 2루 주자 조성환의 견제사, 4차전 5회말 가르시아의 안타에 2루 주자 이대호의 홈 횡사, 7회말 1사 1, 2루에서 1루 주자 전준우의 견제사, 그리고 5차전 3회초 전준우의 홈 횡사까지 롯데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는 시리즈 탈락의 단초를 제공했습니다. 아마도 주장 조성환은 리버스 스윕의 빌미가 자신의 주루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선수 생활 내내 머릿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정훈의 난조로 사도스키가 등판한 타이밍 역시 좋지 않았습니다. 사도스키는 1사 만루의 위기에 등판해 적시타 2개와 희생 플라이를 내주며 무너졌는데, 선발 요원인 사도스키에게 1사 만루의 위기를 막으라고 중간에 등판시킨 것은 무리였습니다. 따라서 사도스키의 적절한 등판 시기는 이정훈을 대신해 무사 1루에서 최준석을 상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도스키의 등판이 늦어진 이유가 선발 투수이기에 몸이 늦게 풀린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이미 송승준은 1회말부터 제구가 흔들렸고, 2회말에는 실점을 했기에, 늦어도 2회말, 빠르면 1회말부터 사도스키가 준비했어야 합니다. 2연승 뒤 2연패로 5차전 벼랑 끝에 몰린 팀의 감독답지 않게 로이스터 감독의 투수 교체 준비는 안이했고 이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3회초와 3회말 양 팀의 공격의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며 승부의 향방도 결정되었다면, 경기 중반에는 두산과 롯데의 저력 및 집중력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두산은 5회말과 6회말 연속으로 2사 후 2득점하며 달아났지만, 롯데는 6회초 4연속 안타로 2득점했지만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 3명의 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며 추격에 실패했습니다. 6회초 2득점에 그친 롯데의 허탈감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 6회말 2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용덕한이 도루를 시도할 때, 포수 강민호가 아무도 베이스를 커버하지 않은 텅 빈 2루에 송구하며 실점한 장면입니다. 미숙한 주루와 허술한 수비는 끝까지 롯데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탈락한 롯데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 여부입니다. 만년 하위팀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팀으로 변모시킨 공이 분명하지만, 수비와 주루에 미숙하여 기복이 심하고 큰 경기에 약했다는 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현재 롯데의 팀 컬러를 만든 공로자가 로이스터 감독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과연 롯데의 팬들처럼 프런트와 구단 고위층에서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일 로이스터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하고 새로운 감독이 임명된다면, 롯데가 기존의 장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더욱 강한 팀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기존의 장점마저 좀먹으며 하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