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412억원에 달하는 예산편성, 디지털전환 통합 홈페이지 구축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은 엄연한 국책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이는 노력과는 별개로 시청자의 디지털전환은 느리기만 하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첫 번째로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중단한 울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울진의 디지털전환 사례와 더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전환 사업을 살펴보기 위해 5일 신진규 DTV코리아 교육사업팀장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울진의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가구는 4%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가구는 케이블방송 등 유료매체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수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인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가구는 10%대로 알려졌다. 4%대의 직접 수신가구를 대상으로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했다는 게 울진 디지털전환 사업에 대한 핵심적 평가다. 강진의 경우, 지상파직접 수신가구는 3%대로 울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아날로그방송 중단은 찻잔 속의 태풍 밖에 안 된다. 지상파방송 직접 수신가구에 한정된 디지털전환 사업의 한계로 파악된다. 신진규 팀장은 “지상파가 잘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했던 사람들까지 디지털 전환 내용을 충분히 알고 혜택 받을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홍보가 됐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울진 디지털전환 선포식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모든 국민이 디지털 방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공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신진규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울진군 지상파 직접 수신율은 몇 퍼센트인가?
"2009년 시범사업이 정해질 즈음 울진, 단양, 강진 3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 숫자를 조사한 적이 있다. 울진군 4.4%(전체 2만3천261가구), 단양군 1.5%(전체 1만4천706가구), 강진군 3.1%(전체 1만8천414가구)으로 3개 지역 평균이 3.3%다. 전수 조사가 아니라 샘플링 조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근데 재밌는 것은 강진군 쪽에 시청자지원센터가 생기고 나서 (샘플링 조사를 한 이후에) 전수조사를 한 적 있다. 전체 가구를 다 방문해서 직접 그 숫자를 세봤는데, 지상파 직접 수신율 수치가 3.1%에서 5.4%로 확 늘었다.
지상파 직접 수신율 3.1%로 계산하면 강진군의 경우 컨버터 신청 수량이 570개 정도 나와야 하는데, 4일 기준으로 1235개(보급형DTV 포함시 1256개)다. 이렇듯 3.3%라는 수치는 한계가 있는 샘플링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 울진군에 셋톱박스는 대략 몇개나 사용됐나?
"1460개 사용됐다. 보급형DTV의 경우 28가구가 신청을 해서 총 1488개 사용됐다."
- 애당초 구매한 셋톱박스 수량은 몇개인가?
"1차분으로 1만3000대 구매했었다. (1만3000대나 구매한 이유는) DTV코리아가 지상파 직접수신가구 숫자를 조사하기 이전에 방통위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유료방송 가입 세대 숫자를 제출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자료를 토대로) 전체 가구 숫자에서 유료방송 가입세대 숫자를 빼니까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숫자가 1만3000가구 정도로 나왔다. 그런데 그 후에 DTV코리아에서 수신환경 실태 조사를 해보니까 그 자료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 셋톱박스 수량이 많이 남았겠다.
"그렇다. 남은 수량은 제주도 쪽에서 활용하기로 했다."
- 지상파 직접 수신 비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들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직접 수신가구가 많든 적든 시범사업은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디지털 전환시)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만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만 해도 무난한 것 아니냐'며 디지털전환추진단이 홍보를 축소 진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로 유료방송 가입자 대부분은 정부가 하는 디지털전환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 지상파가 잘 안나와서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했던 사람들까지 디지털 전환 내용을 충분히 알고 혜택받을 수 있도록 광범위하게 홍보가 됐어야 했다. 이런 부분은 좀 미진했던 것 같다. 향후 제주도에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상파 직접 수신가구를 대상으로는 홍보도 하고 지원도 하고 있으나, 그외의 유료방송에 대해서는 정부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눈치를 본 것 같다. 매체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에) 케이블을 넣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에 의해 정해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케이블에게 디지털 전환하라고 했을 경우 비용 부담은 시청자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은 채널 숫자가 증가하면 돈을 더 내라고 한다. 이런 게 지금 전국 단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시청자들이 아날로그 가격으로 디지털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케이블 사업자들이 절대로 그렇게 영업 안 한다. 이건 꼭 반드시 짚어줘야 할 문제다. (법에 규정된 게 없기 때문에) 정부 부담은 없고, 유료방송사업자만 배부르게 된다. 그래서 정부로서는 이 부분을 강하게 드라이브 걸 수가 없다."
- 케이블과 지상파가 재전송 중단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향후 케이블에서 지상파가 빠지게 되면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되는 건가? 시청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방송이 안나오게 되는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단 법원 판결을 중시해 협상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협상이) 잘 안 된다면 실내외 겸용 안테나라는 게 있다. 이것만 있으면 지상파 채널 5개 방송은 완벽하게 볼 수 있다. 성능 좋게 나온 게 있는데 19800원이다. 대도시의 아파트 사시는 분들은 이것만 달면 거의 대부분 나온다. 시범지역에서도 이 안테나를 보고 난 뒤, 유료방송에서 전환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견해인데, 전국적 수신환경 개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지상파들이 전담반을 만들어 노력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꼭 케이블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스카이라이프, IPTV처럼 대안 매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분들과 협조를 해야 할 것 같다. 케이블 쪽에서는 아날로그 가입자만 가지고 있을 텐데, 만약 아날로그까지 빼버리면 스카이라이프, IPTV의 가입자가 늘어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