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최악의 막장 스토리 전개로 치유 불가능한 자멸의 함정에 빠졌다. 종영까지 불과 3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장무열의 반정시도는 개연성 따위 개나 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지난주 연잉군의 결혼 에피소드처럼 숙종의 선위 계획이나 장무열의 순간적인 궁궐장악은 단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호객행위 이하도 이상도 아닌 저질스러운 아이디어에 불과했다.

물론 숙종이 선위에 대해서 언급한 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태조가 정종에게 선위할 때는 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고 그 외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그랬듯이 살아있는 임금의 선위 언급은 그저 세자 간보기에 불과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숙종이 선위에 대해서 언급하고 철회하기까지 고작 사나흘이 걸린 해프닝에 불과한 기록 몇 줄을 가지고서 동이의 꿈 운운하며 결국 장무열의 반정까지 비약시킨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일이다.

이런 무리수는 동이의 왕세제론을 불가피한 최종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떠나 드라마 설정 속 세자의 나이 불과 열댓 살이다. 연잉군과 나이 차이라고는 몇 살밖에 나지 않는다. 아무리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왕세제를 꿈꾸는 것은 선의로 해석될 수 없는 역심의 발로일 수밖에 없다. 연잉군이 왕세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숙종이나 숙빈의 계획이 아니라 경종이 보위에 오를 삼십대의 나이에도 후사를 보지 못한 것에 기인할 뿐이다.

장희빈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자의 고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후 한 번도 세자의 병을 정밀진단하거나 고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열댓 살의 세자가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확정적인 진단이 있더라도 완전한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병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숙종은 병은 고칠 생각은 없고 동이의 왕세제론에 심취해버려 치밀한 선위작전을 추진했다.

이는 또한 16살의 인원왕후를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인원왕후 역시도 결과적으로는 숙종의 아들을 낳지는 못했다. 그러나 16살의 인원왕후가 왕자를 낳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며 그럴 경우 숙종이 세자에게 선위를 한다하더라도 왕세제는 연잉군이 아니라 적통의 인원왕후 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숙종의 동이에 대한 사랑이 워낙 지극해 어린 중전을 소박 놓을 수도 있겠지만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장무열은 마치 선위가 되면 바로 자신을 비롯한 소론이 몰살이라도 되는 것처럼 순식간에 반정을 시도했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선위를 한다 하더라도 당장 연잉군이 보위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어린 세자가 금세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숙종의 의중을 모르겠다고 버젓이 군복을 입고 춘추관을 침입해 군인을 살해하고 문서를 훔쳐가는 것 자체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또한 그것을 통해 숙종의 선위 계획을 눈치 챘다고 하더라도 군사를 동원해 궁궐을 장악하는 쿠데타를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거기에 소론 중신들이 금세 동조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말이 되지 않는다. 붕당정치가 많은 폐해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사림이 바보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공맹의 이치를 따지는 이들이 춘추관이 편찬 중인 책 한 권의 증거로 쿠데타에 동조한다는 것은 아무리 허구의 허용이라 할지라도 도가 지나친 작가의 전횡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전개 스타일로 보아 장무열의 쿠데타는 동이를 지키려는 서용기, 차천수의 비장한 죽음과 함께 무산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아니면 인원왕후가 장무열의 뜻을 꺾을 수도 있다. 그러고도 작가는 동이의 왕세제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또 애먼 사건을 만들어낼 것이다.

동이는 처음부터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의 즐거움보다는 허구와 픽션의 위력을 발휘해왔다. 노비가 왕의 등을 밟고 담장을 넘는다는 최대의 파격은 그래서 즐거움으로 받아드릴 수 있었다. 그러나 픽션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개연성만은 가져야만 스토리에 공감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동이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개연성을 잃어왔지만 특히나 종영을 앞두고서는 완전히 몰 개연성의 막장 전개로 빈축을 사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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