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뉴스가 달라졌다. 아직 만족스럽지 않지만 과거 지상파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보도 프로그램의 비중을 늘리고 메인뉴스에서 사회적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다양한 탐사 보도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 돈으로 황제 유학시키는 회장님, 합의금 장사하는 변호사, 국가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사학들

지상파 3사 뉴스에서 보도된 내용들은 흥미롭다. MBC는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뉴스타파와 함께 탐사 보도를 이어가며 양진호 회장의 비리도 공개했다. KBS는 '탐사K'에 이어 '끈질긴 K'를 통해 깊이 있는 추적 탐사보도를 하고 있다. SBS는 '끝까지 판다'란 탐사보도팀을 통해 삼성 에버랜드 땅 문제를 집중 보도하며 주목을 받았다.

SBS 탐사보도 <끝까지 판다>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지상파 뉴스들이 탐사보도팀들을 따로 두고 깊이 있는 뉴스를 전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망 선고까지 받았던 대한민국 언론이 조금씩 부활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KBS 뉴스9는 '끈질긴K'를 통해 교도소 비리, 사학 비리에 대해 보도했다. 판사 출신 현직 변호사이자 정당인이기도 한 김상채 변호사의 '독방 거래'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교도소 비리는 단순히 독방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국내 교도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담배 거래가 일상이 되고 이제는 마약 거래까지 횡행하는 교도소 비리는 임계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를 추적 보도해 근본적인 문제를 공론화하는 역할은 결국 기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이나 사건 당사자들인 범죄자와 교도관 누구도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못되니 말이다.

사학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 지원을 받고 교육을 하겠다고 나선 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적발되면 자신들의 개인 사업이라 외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 비리의 핵심에 선 자들이 사유 재산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자신들은 개인사업자라고 강변하는 현실은 사학비리의 판박이다.

한국당 축사에 '박수갈채'…"비리 근절 대책 재산권 침해"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국민 절대다수가 분노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한유총의 손을 잡았다. 국민들의 안녕은 외면한 채 이익 집단의 편에 선 야당의 행태에 국민들의 황당해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더는 숨길 수 없는 정체성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유총을 두둔하고 나선 그들은 절대 다수의 국민보다는 확실하게 자신들에게 표를 던져줄 소수를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의 확장성은 사라졌고,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10~20%를 오가는 자기표를 확고하게 다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한 듯하다.

15일 KBS 뉴스9 '끈질긴K'는 BBQ 윤홍근 회장 아들과 딸의 해외유학 자금을 추적 보도했다. 윤 회장 아들이 하버드에 다닌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평생교육원이었고, 그가 타고 다니던 고가의 외제차 역시 회사 차량이었다고 한다. BBQ 측은, 윤 회장이 사비를 제보자이자 두 자녀를 관리한 인물 계좌에 돈을 보냈다며 외환거래 명세서를 보내기도 했다. '끈질긴K'가 직접 윤 회장 취재에 나서자 카메라를 막기에 급급한 현장 모습은 앞서 보도한 두 자녀의 황제 유학과 강렬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끈질긴K] “BBQ 회장, 회삿돈으로 자녀 유학 생활비 충당”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SBS funE' 취재진은 구속 상태인 강용석 변호사가 그동안 합의금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 밑에 댓글부대까지 두고 고소할 대상을 수집하고, 이를 통해 합의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 9월경부터 자신의 기사에 부정적 댓글을 다는 누리꾼 수백 명을 경찰에 고소한 뒤 고소 취하를 빌미로 1인당 100~150만 원가량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것도 모자라 2015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모욕 댓글을 쓴 누리꾼들 800여명을 상대로 1인당 150만원씩 소송가액 14억 원에 이르는 70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드러났다.

"합의금과 관계없이 익명성 뒤에 숨어 있던 가해자를 찾아내 사과 받거나 응징하는 차원에서, 일종의 자기만족적 명예회복에 소송의 목적이 있다"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 2016년 5월 서울변호사협회에서 합의금 장사와 관련 진정 조사과정에서 밝힌 해명 내용이다. 강 변호사는 합의금이 목적이 아니라 익명성에 의존한 악플러들을 잡아내기 위함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지인과 나눈 대화를 보면 이 해명이 다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강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합의금 장사를 했다. 한 사람당 100만원만 받아도 그게 얼마냐는 식으로 돈벌이에 급급했다. 직원들 역사 돈독에 빠져 날 새는지 모른다는 말을 직접 할 정도였다. 고소를 할 만한 거리를 찾아다니고 그렇게 얻어진 내용들로 돈벌이를 해왔던 정황은 지인과 주고 받은 메시지에서 모두 드러났다.

[단독] "돈독 올랐을 때 바짝"…강용석 변호사, 댓글 고소는 '합의금 장사' 목적? (출처 : SBS연예뉴스)

"공인이나 정치인, 기업인들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수단으로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를 남발하는 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모욕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는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만 남아있을 뿐,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문화 되어 있다. 법률가가 형법을 이용해 고소를 남발하고, 고소한 뒤에 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협박죄, 공갈죄에 해당할 수 있다"

사단법인 오픈넷의 김가연 변호사의 발언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SBS funE' 취재진의 보도 핵심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재갈을 물리기 위해 모욕죄와 명예훼손 고소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이들이 목소리를 더는 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거의 사문화가 된 이 행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하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현실도 황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하는 정치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문화된 법이 여전히 국내에는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의 비판이 두려우면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시절 언론의 역할을 포기했던 그들이 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그런 명확한 의지를 탐사 보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다. 이제 변화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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