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면서 '상장폐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율 참여연대 회계사는 2001년 미국 '엔론 사태'를 예로 들며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자본주의 체체에 반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증선위는 14일 정례회의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2015년 말 회계기준 변경이 고의 분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규모를 4조 5천억원으로 추정하고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식 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다.

김경율 회계사는 16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의 '엔론 사태'를 언급하며 삼성바이오직스 상장폐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은 2001년 1조 4천억 원의 고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엔론'의 CEO와 회장에게는 각각 24년 4개월, 24년의 징역이 떨어졌고, '엘론'의 분식회계를 도운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은 해체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지배력 관련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증선위의 검찰 고발 조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돼 주식 거래가 즉시 정지됐다. 사진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 (사진=연합뉴스)

김 회계사는 "삼성은 4조 5천억원이다. 엔론은 완전히 파산했고, '아더 앤더슨'이라는 회계법인도 완전히 없어졌다"며 "미국에서는 이걸 반체제 범죄로 본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는 한층 더 강화된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만들어 회계법인이 회사와의 유착관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여러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계사는 "우리나라에도 98년 '대우사태'로 산동회계법인이 영업 정지를 맞고 없어질 위기가 있었는데 그 산동회계법인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KPMG 삼정회계법인"이라고 꼬집었다.

'삼정회계'와 '안진회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에 개입한 것으로 증선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러나 증선위는 삼정회계법인에 대해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 7천만원을 부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사 업무를 5년간 제한, 회계사 4명의 직무정지 정도의 조치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별도의 과징금 없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사업무만 3년간 제한키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시장을 중심으로 낮게 추정되고 있다. 증선위 발표 이틀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매입은 오히려 늘었다. 증권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 주가를 유지하도록 안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된 결과다.

분식회계 규모가 국내 사상 최대인 5조 원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1년 3개월 동안 주식거래가 정지됐을 뿐, 상장 폐지까지는 가지 않았던 바 있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14일 발표에서 "상장폐지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