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이수역 폭행 사건과 관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이수역 폭행 사건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가 너무 성급하다”면서 “사실판단에 바탕을 두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13일 서울 이수역 근처에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상호 간의 성차별적인 언쟁이 폭행 사건의 발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성 측은 14일 인터넷에 “남성들이 자신을 ‘여성우월주의’ 사이트 회원이라 비난하며 인신공격을 하다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고 처벌을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틀 만에 34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15일에는 남성 측의 반박이 나왔다. 남성 측은 “이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면서 당시 술집 내부 상황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했다. 양측이 서로에게 성차별적인 언쟁을 하는 영상이었다. ‘이수역폭행피해자 공식계정’이란 이름의 SNS 운영자는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촬영”이라면서 “언론의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를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수역과 관련된 언론보도. 13일부터 16일까지 1200여개가 넘는 기사가 작성됐다 (사진=네이버 뉴스 화면 캡쳐)

실제 다수 언론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언론은 양측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사실 검증 없이 보도했고, 해당 사건에 의견을 남긴 연예인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사건이 벌어진 13일부터 16일 오전까지 1200여 개에 달하는 기사가 보도됐다. 누리꾼들도 사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섣부른 판단보다는 경찰 발표를 기다린 이후에 해석·평가를 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은 16일 ‘YTN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는 너무 성급하다”면서 “사건이 발생하면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레 예단을 한다”고 비판했다. 설동훈 교수는 “결국 사실관계가 발표되고 난 다음에는 허무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17일 경찰 발표를 듣고 난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설동훈 교수는 “한국 사회에 성차별은 분명히 있다”면서 “차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지만 여성이 가해자가 되고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교수는 “성의 기준뿐만 아니라 권력, 재산이나 여러 가지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거기에서 피해자가 되는 사람들은 말로써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교수는 “미국의 정치학자인 제임스 스콧은 이것을 ‘약자들이 가지는 무기’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설동훈 교수는 “성차별이나 여러 가지 차별의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들 사이에서 그와 같은 용어를 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교수는 “약자들의 무기라는 것은 제한된 공간 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개인들 사이에서, 그것도 앞에서 하게 되면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과 맥락을 따져가면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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