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생존을 위해 목숨 걸고 국경을 여러 번 넘은 여인이 있다. 북한 출신인 이 여성은 본인뿐만 아니라 북에 있던 남편과 두 아들까지 탈북에 성공시킨다. 대한민국 정착에 어느 정도 성공한 그녀는 중국에서 같이 살았던 또 다른 남편까지 한국에 데려오고자 하지만, 그건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영화 <마담 B> 스틸 이미지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 B>(2016)는 지난 10월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이자 이나영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뷰티풀 데이즈>(2018)를 연출한 윤재호 감독이 2년 전 여러 국내외 영화제에서 공개한 작품으로 한국보다 프랑스, 일본에서 먼저 개봉하였다. 부산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미술, 사진, 영화를 공부했던 윤재호 감독은 탈북 여성을 소재로 한 시나리오 리서치 작업 중 <마담 B> 주인공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 대한 밀착 취재를 단행하며 제작한 결과물이 <마담 B>이다.

<마담 B>에 등장하는 ‘마담 B’는 어떤 한국영화 속 인물들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북에 남겨두고 중국으로 월경해야했던 마담 B는 브로커에 속아 가난한 중국 농부 진씨에게 팔려가 10년 동안 부부로 살아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북에 두고 온 남편보다 진씨를 더 사랑하고 있었고, 진씨 또한 가족들을 북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탈북 브로커가 된 그녀를 사랑하는 천생 배필이 되었다.

납치되다시피 강제결혼한 남자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한국행을 감행하고, 북한의 가족들과 함께 살아도 중국에 두고 온 또 다른 남편을 잊지 못하는 마담 B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윤재호 감독이 마담 B라는 인물에 주목한 것도, 어떠한 유형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마담 B가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에 있었다.

영화 <마담 B> 스틸 이미지

고난과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하는 여성. 사기결혼을 당해 한동안 노예에 가까운 삶을 살아야했던 마담 B의 인생은 항상 순탄치 않았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이었지만 북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탈북 브로커라는 위험천만한 일을 택했고, 한국으로 건너간 북한 가족들을 위해 중국 남편을 잠시 뒤로 하고 한국행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담 B의 주체적인 선택과 의지가 강조된다. 영화 <마담 B>는 아무런 편견과 개입 없이 가족을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마담 B라는 인물을 바라보고자 한다.

북한의 가족, 중국의 남편을 위해 위험천만한 선택을 감행하는 마담 B라는 인물도 대단하지만, 한국으로 가기 위해 목숨 걸고 태국 국경을 넘는 마담 B의 행적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은 윤재호 감독의 집요함은 혀가 내둘러질 정도다. 윤재호 감독이 바라본 마담 B는 자신이 손에 넣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해 끝까지 싸우는 사람이다. 태국 국경을 넘을 때만 해도 카메라에 비춰진 마담 B는 자신이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다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녀는 그런 믿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었다.

영화 <마담 B> 스틸 이미지

하지만 80년대 선전가요의 대명사 ‘아! 대한민국’의 가사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자유의 땅 대한민국에서 마담 B의 자유 의지는 부정당하고 박탈당한다. 북한의 남편과 아들들을 한국에 정착시키고, 중국의 남편까지 데리고 와서 같이 살겠다는 그녀의 계획 역시 흐릿해져 버린다.

마담 B보다 앞서 한국에 들어온 남편이 간첩으로 오해 받고, 그녀 또한 기대와는 다르게 한국 땅에서 자리 잡지 못하는 현실에서도 마담 B는 자신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아들들을 남부럽지 않게 정착시키고, 조만간 중국 남편 진씨와 정식으로 결혼해서 살겠다는 꿈. 주어진 환경에 좌절하기보다 스스로 변화하여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그녀의 삶에서 경건함까지 느껴진다. 분단과 가난이라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삶과 사랑을 찾고자 하는 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 B>는 15일부터 전국 독립예술영화전용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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