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한 이용주 의원에게 민주평화당 당기윤리심판원이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의 징계를 결정했다. 그러나 징계라는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앞으로 3개월간 민주평화당에는 선거가 없다. 당연히 차기 총선 출마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용주 의원으로서는 불편할 것 없는 징계이며, 시간이 흘러 음주운전 사실이 잊혀지기를 기다리면 그뿐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용주 의원은 윤창호법의 공동발의자이다. 특히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용주 의원 본인의 말대로라면 살인을 저지르고도 징계도 아닌 징계로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국회차원에서도 이용주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사실상 큰 기대를 할 수는 없다.

11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 국군병원에서 열린 윤창호씨 영결식에 참석한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헌화를 하고나서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 식구 감싸기에 둘째 가라면 서러운 국회에서 이용주 의원에게 강한 징계를 내릴 턱이 없기 때문이다. 나라를 뒤흔들었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의 체포영장도 여야가 똘똘 뭉쳐 거부를 할 정도면 국회가 의원을 내칠 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 징계는 제명 외에는 이렇다 할 내용을 담고 있지 못하는데, 여태 국회에서 의원을 제명했다는 말은 들어본 일이 없다.

징계가 징계 같지 않다는 여론에도 스스로 의원직을 내놓지 않는 이용주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공동발의한 윤창호법의 대의를 위해서라도 하나마나한 당의 징계와는 무관하게 의원직 사퇴라도 했어야 옳다. 그런 정도는 했어야 “음주운전은 살인”이라 했던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음주운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께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을 보면 “음주운전은 살인”이라는 말은 단지 수사에 지나지 않으며, 진정성이라고는 없음을 들키고 말았다. 음주운전은 살인이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예외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지난 9일 윤창호 씨가 끝내 숨을 거뒀다. 그래서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과 민주평화당의 솜방망이 처벌을 바라보면서 세간에는 정치인 등 특권층의 음주운전에 가중처벌을 하자는 ‘이용주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및 선출직 공직자 공천에서 음주운전 경력자를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 중에는 음주운전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11일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 국군병원에서 열린 윤창호씨 영결식에서 고인의 군 동료와 친구들이 운구하고 있다. 22살 청년인 윤씨는 군 복무 중인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윤창호법' 제정 추진을 촉발시켰다. Ⓒ연합뉴스

각 정당마다 음주운전 경력에 대한 공천 배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0년 내 2회, 15년 내에 3회 음주운전을 하면 공천에 배제된다는 규정이 있으며 야당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 2회, 3회의 음주운전을 한 사람에게 공천자격을 준다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윤창호법 이전에 정당들이 음주운전자의 정계 진입 자체를 차단하는 강력한 의지 표명 없이는 윤창호법의 진정성을 믿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음주운전은 이미 살인의 예비행위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음주운전사고와 그로 인한 사망자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 해에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음주운전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한 명도 있어서는 안 될 희생자들이 400명이 넘는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되고, 엄정하게 집행되어야 할 분명한 이유를 말해준다. 특히 정치인들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버젓이 정치활동을 하는 사회 분위기라면 음주운전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윤창호법뿐만 아니라 이용주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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