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양 회장 사건은 웹하드 카르텔과 비자금 조성, 마약, 성폭행까지 의혹의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언론이 새로운 의혹, 수사 진행 과정이 공개될 때마다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이념성향'을 주제로 삼았다.

15일자 조선일보는 12면에 <양진호, 3년전부터 좌파 성향 문학상에 3000만원 후원>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회사 전직 사원을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구속된 양진호 회장이 좌파 성향의 문학상에 3년간 매년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고 썼다.

▲15일자 조선일보 12면 보도.

조선일보는 "2016년 문학 관련 A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이 문학상은 매년 작가 1명을 선정했다"며 "사업회 측은 '고통받는 민중의 삶이나 남북 분단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주목해 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소설가, 진보 성향 언론인 등 3명이 상을 받았다"며 "사업회는 '언론, 출판계의 개입을 배제하겠다'며 상금을 걸지 않았지만, 양 회장은 작가 개개인에게 창작지원금 명복으로 1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A기념사업회를 만든 소설가 B씨는 노동운동, 빨치산, 남조선노동당 등을 소재로 수십 권의 책을 냈다"며 "B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약 25년 전쯤 한 녹즙기 판매 회사 영업 사원으로 함께 일했다. B씨는 당시 양 회장의 회사 선배였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B씨는 양 회장에게 노동운동을 하다 알게 된 지인과 문학계 인사 등 주변 사람들을 소개했다"며 "이들은 양 회장의 회사에서 주요 임원을 지냈다. 그동안 양 회장을 비판해 온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양 회장이 이들을 고리로 정치·법조·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4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조선일보는 전날에도 양진호 회장을 '좌파'와 연결했다. 14일자 조선일보는 10면 <"양진호, 직원 명의로 불법 비자금 30억 조성> 기사에서 "업계 관계자와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양 회장이 좌파 문화계, 정치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경쟁사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양 회장이 경찰이나 국회의원 중 친한 사람이 있어 주기적으로 로비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진호 회장이 유력 인사들에게 줄을 댔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양 회장이 과거 폭행 사건에서 검찰 인맥을 통해 사건을 무마시켰다는 보도가 있었고, 정치권 인사들과 가깝게 지냈다는 취재기자의 발언도 있다.

그러나 양 회장이 특정 정치성향의 인사들과 가깝다는 의혹을 빌미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결국 '좌파는 부도덕하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선동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프레이밍을 한 언론사는 조선일보 한 군데다. 양대 포털인 네이버, 다음의 검색창에 '양진호, 좌파'를 검색하면, 조선일보의 기사만 나올 뿐이다.

양진호 사건의 본질은 을에 대한 갑질, 한국 인터넷 환경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와 그 유포 카르텔, 권력자들과의 유착관계다. 여기에 이념을 덧씌우는 조선일보의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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