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월9일 한국경제 1면.
2008년 1월9일자 한국경제의 1면 머리기사다.

“현대자동차가 BMW와 벤츠 등 글로벌 명품 차에 맞서 경쟁할 고성능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를 시판했다”는 내용이다. “제네시스 시판으로 현대차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평가다.

몇 번이고 이 기사와 제호를 확인했다. 분명히 ‘현대경제’가 아니라 ‘한국경제’다. 현대자동차 사보 1면에 실렸다면 관심 있게 지켜봤을 법도 한데 유감스럽게도(!) 이 기사는 유력 경제지인 <한국경제신문> 1면에, 그것도 머리기사로 실렸다. 제호 바로 아래에.

많은 경제현안들을 제치고 제호 아래에 등장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기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생각도 했다. ‘친기업정부’를 자임하고 나선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 호응하려는 일종의 ‘파일럿 기사’일까. 이명박 정부 아래서 ‘친기업’이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조금 우울해진다.

▲ 2008년 1월9일 매일경제 1면.
한국경제만큼의 비중은 아니지만 같은 날 매일경제와 머니투데이도 1면 제호아래 사진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신차발표회 기사를 실었다. 신차발표회 같은 경우 통상 1면에 사진기사 정도로만 취급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보면 9일자 기사 하나로 ‘제네시스’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고 신문사 입장에서 보면 ‘유력 광고주’의 기대에 온몸으로 보답(?)한 셈이다. ‘제네시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그런 기사가 경제신문들에 비중 있게 실리게 되면 현대차는 또 ‘제네시스’ 광고를 일제히 신문 지면에 게재할 것이다.

‘신차발표회 기사 → 광고효과 → 판매호조 → 자동차광고 게재’의 순환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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