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양승태 사법부 재판에 또 관여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사건에 대해 2015년 당시 법원행정처 고위간부가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의 청탁을 받고 해당 재판의 판사에게 잘 봐달라 부탁을 했다는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13일 KBS '뉴스9' 단독보도에 따르면 2015년 상습 도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상습도박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횡령·배임만을 인정해 장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13일 KBS 뉴스9 보도 '조선일보, 법원행정처에 동국제강 재판 청탁 의혹'

그런데 판결 직후 당시 서울중앙지법 임성근 형사수석부장은 법원행정처 이민걸 기조실장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장 회장 사건의 판결문과 판결보고서가 첨부된 메일에는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무죄와 공소기각으로 정리가 됐다"고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마치 일부 혐의나마 무죄가 나와 다행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면서 "이 전 실장은 당시 조선일보 최고위급 인사에게서 부탁을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검찰은 동국제강이 조선미디어그룹에 18억 여 원을 투자하는 등 두 기업이 가까웠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선일보의 청탁이 실제 있었는지 수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TV조선의 주주로 참여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선일보 인사는 KBS의 공식 취재를 거부하고 문자를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며, 조선일보 측에서는 같은 내용의 문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부장, 이 전 실장 역시 KBS의 문의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196개 추가 문건 중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등 '조선일보'가 제목에 들어간 문건은 9건이다. 2015년 4월 25일 기획조정실과 사법정책실이 작성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문건에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조선일보를 통해 상고법원을 집중 홍보하기로 하고 조선일보 측에 전국 변호사 설문조사, 지상 좌담회, 조선일보 필진 칼럼 등을 제안하려는 했었던 계획이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문건에서 "조선일보에 상고법원 관련 광고 등을 게재하면서 광고비에 설문조사 실시 대금을 포함해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며 "사법부 공보 홍보 활동지원 세목 9억 9900만 원 편성"을 명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가 상고법원 설문조사 관련 보도를 한 적은 없다. 다만 법원행정처 문건 전후로 상고법원에 대한 조선일보의 논조가 뒤바뀐 정황, 이후 이어진 상고법원 특집 기획보도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조선일보는 "법원행정처 문건은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조선일보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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