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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4000시간 노동·과로자살', IT업계의 노동 실태는?[토론회]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문제 심각하지만 방지책 미비해"
윤수현 기자 | 승인 2018.11.13 13:44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IT업계 노동자들이 연 4000시간의 노동에 시달리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로자살을 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또 고강도 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법적 조치가 부족해 정부와 국회가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이 주최한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토론회에서 드러난 IT업계의 노동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외국계 IT 기업인 A사의 관리자는 프리랜서 개발자에게 “X발”, “XX끼가” 등의 폭언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자는 업무시간에 직장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언을 했으며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이 주최한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성추행 사건도 있었다. 30~40명의 직원이 있는 솔루션 개발사 B사의 사장은 덩치가 큰 직원에게 일상적으로 “되재X끼”라고 불렀다. 또 남자 직원의 성기를 만지거나 여자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볼에 뽀뽀를 시키기도 했다.

농협정보시스템 전 직원인 양도수 씨는 살인적인 노동 시간으로 폐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으나 해고를 당했다. 양모 씨는 입사 후 2년 반 동안 8770시간을 근무했다. 양 씨는 살인적인 야근 생활로 폐에 염증이 생겼고, 우측 폐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농협정보시스템은 양 씨를 해고했다. 

양 씨는 “현재는 과로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면서 “해고가 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농협정보시스템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업무시간으로 인한 ‘과로 자살’ 문제도 있었다. 영단기·공단기 등으로 알려진 인터넷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고 장모 씨는 2년 8개월의 근무 기간중 46주 동안 12시간 이상 추가근무를 했다. 회사는 주말 행사에 장 씨를 반강제적으로 참여시켰다. 또 채식주의자인 장 씨에게 “고기를 먹어야 머리가 잘 돌아가고 야근을 잘 할수 있다”면서 육식을 강요하기도 했다. 결국 장미순 씨는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토론회에 참석한 양도수 씨(좌)와 장향미 씨(우) (사진=미디어스)

고 장 씨의 언니인 향미 씨는 “과로 자살은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인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미향 씨는 “지난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했지만 이후 진행은 감감무소식”이라고 강조했다.

장미향 씨는 “법안이 시행되면 직장 내 지위 등을 이용한 폭언이나 폭행, 정신적 학대는 금지된다”면서 “이런 법이 진작 있었다면 제 동생과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회가 조속히 법안 통과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예병학 11번가 노조위원장은 IT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예병학 위원장은 “최근 네이버와 넥슨코리아, 카카오 등의 노동조합 설립 목적은 단순히 더 높은 연봉과 더 나은 복지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산업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IT·게임·이커머스 종사자들이 무슨 이유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연대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예병학 위원장은 “2000년대 초반 벤처 1세대의 성공신화는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업계생태계를 만들어냈다”면서 “사업의 성공과 실패가 오로지 개인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 졌다”고 비판했다. 예병학 위원장은 “벤처기업·IT기업이라는 이유로 쉬운 채용과 쉬운 해고가 만연하게 됐다”면서 “이런 업계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토론회에 참석한 예병학 11번가 노조위원장(좌)과 장재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우) (사진=미디어스)

민주노총 법률원의 장재원 변호사는 사측과 노동자의 불균형이 과도한 노동 시간과 직장 갑질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장재원 변호사는 “IT업계에서 노동자의 이직률은 매우 높지만 고용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면서 “프리랜서·파견 노동 등 불완전 고용이 만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재원 변호사는 “이직을 할 때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노동자는 상급자의 행위를 참고 견뎌야만 한다”면서 “가혹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면 당장 해고가 될 수 있고 이직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장재원 변호사는 “IT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기는 어렵다”면서 “법제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원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규정은 드물다”면서 “성희롱 외에는 사전 보호를 받을 법적 방법이 없다”면서 “사후적으로도 직장 내 괴롭힘을 구제받을 방법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재원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희 의원은 “과로 자살과 직장 내 갑질을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서 “지금이라도 제도적 개선책을 만드는 것에 힘을 쏟고 행정부를 채근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철희 의원은 “하루아침에 상황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어젠더로 만들어지면 현실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토론회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주최로 열렸다. 발제는 민주노총 법률원의 장재원 변호사와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김환민 팀장이 맡았다. 양도수 농협정보시스템·롯데하이마트 폭행 피해자, 안종철 오라클 노조위원장, 장향미 에스티유니타스 직장 괴롭힘 피해자 유족, 김현우 IT스타트업 폭행·사기 피해자, 예병학 11번가 노조위원장이 증언자로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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