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019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KBS, EBS 등에 대한 예산 삭감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는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다. 박대출 의원이 끝까지 EBS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박 의원은 예산안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회의장을 퇴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연합뉴스)

한국당은 지난 1일 KBS와 EBS에 대한 예산 삭감을 주장했다. 한국당은 KBS가 북한 '조선의 소리'와 협력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며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난했다.

윤상직 의원은 "조선의 소리가 불법 유해사이트"라며 "그런데 조선의 소리와 같이 사업을 하겠다. 북한 국제방송 조선의 소리와 협력을 하겠다고 예산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과거에 KBS가 북한 측과 방송프로그램을 공동제작한 것이 있다"며 "그것의 일환으로 최근 남북관계가 좋아지니까 또 그런 사업을 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상직 의원은 "아니, 그것은 말이 안 된다"며 "우리 방통심의위가 불법 유해사이트로 심의하고 접촉을 못하도록 했는데 아무리 KBS가 요즘 좀 좌파성향으로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런 사업을 하겠다는 예산을 방통위에서 인정해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납득이 안 가는 게 KBS 대외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이 당초에 75억9800만 원을 요청했는데 어떻게 87억2700만 원, 요구금액보다 더 늘었다"며 "대폭 삭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상직 의원은 EBS 제작지원 예산 대폭 삭감도 예고했다. 윤 의원은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도 286억8900만 원, 이것도 요구사항보다 더 많다"며 "어쨌든 간에 이것은 방통위가 책임을 진다 했으니 대폭 삭감을 말씀드린다"며 "금액은 제가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예고한 예산 삭감과 달리 KBS,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KBS 제작지원 예산 87억2700만 원 중 1500만 원, EBS 제작지원 예산 286억8900만 원 중 3억5000만 원이 삭감됐을 뿐이다. KBS의 경우 북한과 공동제작할 경우 1편에 1500만 원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 1500만 원이 삭감됐다.

과방위 예산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상민 의원은 이날 예산소위 결과를 보고했다. 이 의원의 보고에 따르면 방통위 소관 예산안은 일반회계에서 2억9500만 원을 증액했고, 방송발전기금에서 76억7000만 원 증액했다.

다만 청각장애인용 자막 시스템 구축 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복지미디어 예산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3억 원이 감액됐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체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관련성이 낮은 취업 박람회 등에 대한 1억6300만 원이 감액됐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이 같은 예산소위 결과에 대해 한국당 의원 일부는 반발하고 나섰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EBS 프로그램 제작비 지원이 286억8900만 원인 정부 원안에서 3억5000만 원 감액됐다"며 "아시다시피 지금 EBS가 막말 방송, 정치편향 방송을 아무리 시정하라고 해도 시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이번에는 반드시 근절을 위해서 편법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며 "문제의 방송을 만드는 프로그램 제작 지원 예산은 충분히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예산 만큼은 반드시 전액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소위의 결정을 존중하겠지만 이것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연혜 한국당 의원은 "저도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28억 넘는 예산은 전액 삭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EBS는 재발방지하겠다고 말을 수없이 하면서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수능강의에서 한 강사를 방치하다가, 알려지니 그냥 해촉만 하는 걸로 끝냈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몇 년째 잘하겠다, 재발방지하겠다, 약속해놓고 위반하는 EBS에 대해 프로그램 제작 지원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데 저도 동의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문제제기에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문제제기를 해주셨는데 촉박한 시간, 우여곡절 끝에 이상민 위원장과 위원들이 논의했다"며 "EBS건 등은 소수의견으로 반영해서 처리하자"고 중재를 시도했다. 그러나 박대출 의원은 "저는 (EBS 예산) 삭감을 양보 못하겠다. 저는 이 예산 수용 못하겠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최연혜 의원에게 "최 의원도 나오면 의결 성원이 안 된다"며 퇴장을 촉구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정용기 한국당 간사와 논의 끝에 자리를 지켰다. 최 의원은 "저도 동의할 수 없지만, 분명히 소수의견으로 달아서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원 퇴장 후 예산안은 과방위 재적위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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