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한 매체는 방탄소년단의 출국 스케줄이 취소됐다고 알렸다. 예정대로라면 방탄소년단은 일본의 TV 아사히 '뮤직 스테이션(MUSIC STATION, 이하 엠스테)'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본 출국 일정 자체가 틀어졌기에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 후 ‘엠스테’가 밝힌, 8일 방송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난 2일 예고했던 방탄소년단의 출연은 연기됐다. 멤버가 착용하고 있던 티셔츠 디자인이 파문을 일으켰다. 그 옷을 착용한 의도에 대해 물어보고 소속사와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유감스럽지만 이번 출연은 연기하기로 했다. 출연을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 여러분에게 깊이 사과드린다."

‘다테마에’ 없는 직설적인 ‘혼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수산동 인천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MBC플러스 x 지니 뮤직 어워드(2018 MGA)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문화를 잘 아는 독자라면 이번 ‘엠스테’가 밝힌 입장에서 ‘상당히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테마에’ 하나 없이 직설적으로 ‘혼네’를 밝혔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혼네(本音)’와 ‘다테마에(立前)’는 무엇인가. 아주 쉽게 표현해서 ‘혼네’는 진짜 생각, ‘다테마에’는 혼네를 가리기 위해 가장된 발언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처럼 직접 표현하는 걸 꺼린다.

예를 들어, 일본의 비즈니스에서 A가 비즈니스 제안을 할 때 B가 “고려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면 외국인은 A가 비즈니스를 수락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B의 이런 발언은 진짜 생각, ‘혼네’인 “거절하겠습니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다테마에’, 가장된 발언이다. 외국인은 일본인의 ‘다테마에’를 ‘혼네’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방송국의 입장 발표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인 출연 불허 통보였다면 ‘다테마에’를 앞세워 출연 불허 입장을 밝히지 ‘혼네’는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TV 아사히의 엠스테가 밝힌 방탄소년단의 출연불허 방침을 알림에 있어선 가장된 수사 어구인 ‘다테마에’가 빠지다시피 하고 ‘혼네’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이유는 하나다. 지민이 입고 있던 광복티셔츠가 불편하다는 걸 일본 아미와 엠스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TV 아사히는 이러한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다테마에’를 구사하지 않았다는 걸 국내 아미와 해외 아미는 간파해야 한다. ‘다테마에’로 표현하면 TV 아사히가 방탄소년단을 보이콧한 이유를 분명하게 어필하지 못하니까.

일본의 한류 견제는 한국의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입던 광복티셔츠에 불편한 태도를 갖는 건 TV 아사히가 다가 아니다. 엠스테 외에도 일본 언론은 “트와이스와 BTS, 홍백가합전 한류배제” 혹은 “일본 K팝 팬도 한국에 등 돌리려 해” 같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한류 물꼬를 틀어 잠그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11월 초 일본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를 기회로 일본에 뿌리내린 한류를 싸늘하게 만들기 위한 일본의 보복 전략이다. 이후 일본 언론들은 한류에 대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걸었고, 급기야 ‘엠스테’는 다테마에 없이 노골적으로 혼네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해외 아미를 통해 알려질 일본의 불편한 얼굴

한 해외 아미의 트윗이 1658명의 아미와 원스에게 리트윗됐다

일본이 하나만 일고 둘은 모르는 점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일본 활동으로 해외 이익의 대부분을 버는 많은 한류 가수들과는 아주 다르다. 방탄소년단에 대해 한국에서 큰 이슈가 발생하면 해외 아미는 한국의 이슈를 번역해서 자국 아미에게 전파한다.

일본 ‘엠스테’가 방탄소년단 출연을 보이콧한 이유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일본 우익이 반발해 발생한 정치적 보이콧이라는 사실이 해외에 알려지면, 해외 아미는 강제징용배상 판결이 왜 나오게 됐는가 하는 한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이를 기회로 일본 우익과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일본 우익은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보복하기 위해 한류를 얼어붙게 만들고자 했지만, 이는 역으로 해외 아미에게 일본이 2차 대전 때 한국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는가를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남은 건 일본 우익이 맞이할 ‘부메랑’이다. 요즘의 케이팝 해외 팬은 단순히 가수가 좋아 팬이 되는 걸 넘어서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 언어까지 부차적으로 습득한다는 걸 TV 아사히와 일본 우익, 정치 세력은 간과한 것이다. 이제 해외 아미를 통해 일본이 왜 강제징용배상 판결에 그토록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는가 하는 민낯이 드러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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