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속사에 몸담고 있다가 보금자리를 옮기면 이전 소속사에 대한 말을 아끼게 마련이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싫었던 기억, ‘애증’이 교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일과 7일 양일간 진행된 노을의 라운드 인터뷰는 달랐다.

노을이 현재 소속된 소속사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노을은 맨 처음 몸담은 소속사인 JYP를 언급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JYP 진영이 형에게 고맙다. 일면식도 없는 애기(데뷔로 뽑힌 노을 멤버들)를 당시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는 식으로 말이다.

노을이라고 해서 마냥 JYP에게 좋은 감정만 있는 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노을이 JYP에 1년차 되었을 당시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된다”는 JYP의 입장에 JYP를 퇴사했기에 말이다.

그룹 노을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JYP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노을의 인터뷰는 다른 시간대에 이뤄진 다른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획사를 탈퇴한 가수라도 이전 기획사에 감사함을 표하게 만드는 기획사가 JYP라면, 3대 기획사 중 JYP의 대척점에 있는 YG다. YG는 소속가수를 ‘YG의 보석함’으로 만들어버리는 데 있어 일가견이 있는 기획사. 소속가수를 활발하게 활동시키려고 노력하는 SM이나 JYP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YG가 보석함에 가둬버린 대표적인 가수는 이하이를 꼽을 수 있다. 이하이의 5년 활동기간 중 가장 최근에 발매한 앨범이 2년 6개월 전에 발매한 앨범이다. 그 후에는 영화나 드라마 OST 작업을 한 게 전부다.

실력 있는 인재를 소속가수로 만드는 것은 소속사에 득이다. 하지만 실력 있는 가수를 ‘YG의 보석함’에 가둬버린 채 가수의 가창력 및 곡 해석 능력을 대중이 받아들이고 피드백하지 못하게 만들어버리는 건 ‘YG의 보석함’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채워진 족쇄나 다름없다.

데뷔 6주년 맞이한 가수 이하이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이번에 콘서트를 여는 블랙핑크도 대표적인 ‘YG의 보석함’이다.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마마무와 여자친구라는 3세대 대표 여자아이돌 중 10곡도 안 되는, 휘파람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한 단 ‘9곡’만으로 콘서트를 여는 3세대 여돌은 블랙핑크밖에 없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활발하게 활동을 시켜 앨범을 구매할 코어 팬덤을 모아야 할 데뷔 2년차까지 단 5곡만 발표하는 바람에(휘파람 어쿠스틱 버전은 제외했다) 콘서트를 열어도 본인들의 곡은 9곡만 불러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위너는 어떠한가. 위너는 작년 ‘REALLY REALLY'로 YG 팬들과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YG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YG는 아이콘을 밀어주는 대신 위너는 단 한 번밖에 컴백시키지 않고 ’YG의 보석함‘에 가둬버렸다.

특이한 점은 YG가 소속가수에 대한 활발한 활동을 보장하지 못하면서도 ‘믹스나인’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그룹 위너 [YG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JYP와 SM이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동안에 YG는 시총 7천억 원 수성에도 실패했다. 이는 YG의 수입원 일등 공신인 빅뱅의 군 입대 탓도 있겠지만, 소속가수들의 활발한 활동을 보장하지 않은 ‘YG의 보석함’ 전략이 미스라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다.

보다 많은 컴백이 이뤄졌다면 코어 팬덤 형성이 한층 가속화되고, 이는 YG 소속 가수의 앨범이나 굿즈를 보다 많이 구매할 수 있는 YG의 매출 증대로 이어짐에도 YG는 코어 팬덤 형성과는 반대의 길인 ‘YG의 보석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가 현재 YG의 시가총액에 반영되는 중이다.

기획사의 자본 중에는 시가총액 같은 ‘물적 자본’만 있는 게 아니다. 해당 기획사에 대해 대중이 생각하고 평가하는 ‘이미지 자본’이란 것도 있다. 올 하반기 YG는 해피페이스와의 ‘믹스나인’ 소송 건, 강성훈 물의, tvN ‘짠내투어’에서 빅뱅 승리가 구구단 세정에게 술 따르라 강요하는 등 매달 물의를 일으키는 중이다. 이러한 YG의 ‘이미지 자본’에 대해 대중은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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