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위원장 박광온)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책 수립에 있어 공론화 모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의 '가짜뉴스' 규제 입법 추진에 당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여당이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특위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허위조작정보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갖고 공론화 모델 등을 통한 시민사회 참여 아래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박광온 특위 위원장의 제안을 민변이 수용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박광온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은 허위조작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방향"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진실과 허위를 판단하는 것은 옳은 방향도 아니고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유튜브에서 생산·유통되고 있는 5·18 허위조작 영상을 예로 들며 공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변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허위조작정보 대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표현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법의 경우 적용과 해석과정에서 불명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은 최근 법무부의 대책발표를 예로 들며 "정부 주도로 처벌에 무게를 둔 대책은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한 대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검찰에 "허위조작정보 사범 발생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체계를 구축하여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고, 허위성이 명백하고 중대한 사안은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는 등 엄정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는 '인지 수사' 우려와 함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도 "허위사실인지 여부는 그 자체가 항상 논란의 대상이되는 것"이라며 "정부는 가짜뉴스 조작혐의에 대한 형사처벌적 대응 보다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소수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폭력, 차별, 적대 등을 선동하거는 혐오표현에 대한 행정적 규제 등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공론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가짜뉴스'의 피해자들이 사회적 소수자들인만큼 사실상 '차별금지법'이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안진걸 특위 위원은 "극심한 혐오, 증오 발언과 UN 자유권 규약에 반하는 내용들을 규제대상으로 한다면 충분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고, 박광온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 대책은 해외 주요국가들처럼 공론화 모델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변의 참여를 요청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허위 또는 진실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국제인권의 기준을 고려할 때 허위조작정보 대책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며 "표현의 자유와 동시에 소수자의 차별 해소 정책을 병행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특위가 공개적으로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토론을 통한 해법을 모색해 나가길 바라며, 민변도 공론화 모델을 포함해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위는 향후 사회 각계를 방문해 공론화 모델에 대한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애초 특위는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안팎의 비판에 직면했다. 별도의 입법이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정의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후 특위는 추진 법안의 이름을 '허위조작정보 유통방지법'으로 바꾸고 구글 등 플랫폼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같은 비판에 직면하면서 공론화 모델을 고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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